진정한 사랑만이 영원한 진리

      2004.07.22 11:35   수정 : 2014.11.07 16:23기사원문

이는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도 진리의 길은 요원하다는 허탈감에 빠진 노학자 파우스트가 이성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표출하는 외침이다. 강한 지식욕에 이끌려 악마에 영혼을 팔아서라도 진리를 추구하고자 한 파우스트가 현학적인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의지의 발로인 것이다. 괴테는 평생에 걸쳐 ‘파우스트’를 집필한다. 어린시절 인형극을 통해서 알게 된 악마에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투스 박사의 이야기(1부)를 처음 다루기 시작한때가 괴테 나이 25세 되던 해였다면, 파우스트 2부는 그의 나이 82세에 완성되었다. 괴테가 평생에 걸쳐 쏟아부은 문학적 열정의 산물인 ‘파우스트’는 독일적 교양의 척도가 되었고, 파우스트는 세계문학사의 가장 독일적인 문학적 형상이 되었다.

‘파우스트’는 하느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사이의 내기 장면으로 시작한다. 올곧은 학자 파우스트를 유혹하여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트리면 메피스토펠레스가 이기는 내기다. 이때 하느님이 파우스트의 성품을 설명하면서 내뱉는 한마디, 즉 ‘인간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은 바로 ‘파우스트’의 주제어가 되고 있다.
파우스트는 진리를 위해서는 지상의 경계와 한계를 결연히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있는 노학자다. 그러나 수십년 간의 학문연구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총체적으로 인식하기에는 인간이란 너무나 미약한 존재라는 현실인식을 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항시 회의하고 자신의 현존재를 자살로써 마감하고자 시도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파우스트는 만물이 생동하는 부활절 날의 산책을 통해서 인간세상의 진면목을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깊은 충동에서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을 체결한다. 악마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이 동경하는 모든 세상사를 경험하고자 하고, 만일 어느 순간이라도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자신의 영혼을 메피스토펠레스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삶이 부여한 근원적인 멜랑콜리를 잠재우고 인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총체적 현실 경험을 위해서 파우스트는 이제 넓은 세계로의 세상 나들이를 감행한다. 마법의 힘으로 젊은이가 된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유혹하여 그녀를 비극에 빠뜨린다.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를 죽음으로 내몰고, 실성한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의 사이의 아이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레트헨의 순진무구함에 대해 메피스토펠레스의 사악함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구원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힘이기도 하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볼모로 현세의 모든 한계를 넘어 파우스트가 그토록 갈망하였던 지고의 진리는 결국 자신이 망쳐버린 어린 소녀 그레트헨의 순수한 마음 속에 있는 사랑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느 누가 비극이란 관객은 오직 신뿐인 인간과 운명에 관한 유희라고 했던가.

/김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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