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감원 불러온 UAW 파업 비싼 교훈

      2004.07.26 11:36   수정 : 2014.11.07 16:13기사원문

2003년 10월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의 빅 ‘3’중 하나인 포드자동차가 전세계적으로 1만2000명을 감원키로 하는 등 미국 자동차 업계 전체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던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불안감이 확산된 것은 5년 전인 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1위 자동차인 GM은 사상 최악의 파업사태를 맞았다.

당시 29개 공장중 27개가 조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매출 차질액만 22억달러에 달했다.
회사는 창사 75년만에 판매량 1위자리를 내놓아야 했고 근로자들은 10억달러의 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 시기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도요타자동차는 3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에다 보너스 삭감을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 대신 도요타 노조가 지난해 임금인상 대신 요구한 것은 고용안정, 일자리 창출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이었다.

도요타자동차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포드를 제치고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했다.

◇비싼 수업료 치른 미국 자동차 노조=4년뒤,GM은 지난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캐나다 온타리오 소재 공장에서 일하던 1800명을 해고했지만 어떤 갈등도 없었다.

미 자동차 노조를 이끌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도 무분규로 일관했다. 지난해 포드자동차의 감원 결정 역시 규모면에서 GM을 훨씬 넘어선 대수술 수준이었지만 UAW는 침묵을 지켰다.

과거의 홍역을 통해 노조 역시 값비싼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의 자동차 노사는 파업중 서로 총기난사 사고까지 일어나는 등 노사갈등이 극을 달리던 시절도 있었다. UAW노조 설립의 초기시절인 1936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래도 미국 자동차 노조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지금의 한국의 노조에 비해서는 비교적 탄력성을 보이며 발전적 형태로 자생해왔다.

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일본·독일업체들의 미국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공략으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곤두박질치고 급기야 70년 크라이슬러가 파산위기에 몰리는 위기상황이 벌어졌다.

기존 노사관계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자 협상끝에 UAW는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대폭 양보했다. 이를 계기로 강성을 자랑하던 미국의 자동차 노조는 이후 실용주의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강성을 지켜온 노조 내부에서 일방적인 노조의 권익추구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독약(해고)’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같은 상생의 철학이 근본에 싹트기 시작한 탓에 98년 GM 파업당시. 협상의 주체인 UAW는 파업중에도 우리와 같은 불법생산현장 점거는 전혀 없었다. 노조원들의 분규는 철저하게 공장 밖에서 이뤄졌다.

파업때면 공장점거와 생산라인 스톱이 일반적 관행이 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다.

◇무파업지대 일본도 파업돌풍=도요타로 대표되는 무분규 자동차 강국 일본에서 조차 강성노조로 인한 몰락의 사례를 찾아볼수 있다.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70년대 일본의 자동차업계를 풍미했던 닛산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닛산자동차는 해외진출을 둘러싸고 노사관계가 악화되면서 80년대 2류업체로 추락하고 말았다.

닛산 노조는1953년 일본 노동운동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했던 ‘닛산 대쟁의’(100일투쟁)를 비롯, 80년대 영국공장 건설을 둘러싼 분규로 유명세를 떨쳤다. 결국 이같은 노조의 파행적 투쟁으로 회사는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99년 르노에 인수되는 치욕을 겪고 말았다.

전국에 생중계된 발표를 접하고 일본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어쩌다 닛산이’, ‘아니 일본이 이 지경이 됐나’ 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닛산 사원들도 참담한 패배와 굴욕감을 맛봐야 했다. 일본 최고의 강성이라던 닛산 노조는 숨을 죽이고 새로운 경영권의 지휘에 따랐다. 그 바탕에는 자신들도 닛산 침몰의 공범이라는 죄의식이 깔려 있었다.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비롯돼 노사간 갈등이 돌출되고 파업이 반복, 여기에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미쓰비시 자동차도 같은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차업계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력은 선진업체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생산성은 갈수록 뒷걸음만 치고 있어 한숨만 나올뿐”이라며 “우리나라도 과거 GM과의 대우자동차 인수협상 건을 비롯해 수업비용은 높아져만 가는데 노조는 제대로된 교훈을 전혀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년 노조의 파업으로 신모델 출시 및 생산이 늦어지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자동차기업 노조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산업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