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상위의 비극…바로 수술해야
2004.10.11 11:57
수정 : 2014.11.07 13:12기사원문
전공의 시절 당직실에서 새우잠을 자는데 응급실에서 급한 호출이 왔다.
“선생님, 부러진 것 같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부러졌으면 정형외과로 연락해야지 여긴 비뇨기과야.” “그게 아니라요, 거기가 골절된 것 같습니다.”
우리 몸에는 뼈 말고 부러질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발기된 음경이다.
음경은 단단한 주머니에 혈관이 가득 차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발기되면 혈액이 차서 단단해진다. 마치 축구공에 바람을 넣으면 단단해지는 원리와 같다. 발기된 상태의 압력은 무려 200mmHg를 넘는다.
발기된 음경에 종축으로 심한 압력이 가해지면 음경이 한 쪽으로 휘면서 반대쪽 막이 찢어진다. 이것이 음경골절(penile fracture)이다. 주로 여성상위 체위에서 발생한다. 음경이 여성의 둔부나 회음부에 순간적으로 강하게 눌려서 발생한다.
음경 골절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성관게 도중에 갑자기 ‘뚝’하는 소리와 함께 음경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음경이 한쪽으로 구부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로 검게 붓게 된다.
음경 골절은 바로 수술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출혈도 문제려니와 음경에 섬유화가 진행되어 변형이 오고 발기력도 나빠지기 때문이다. 수술은 국소마취로 가능하며 혈종을 제거하고 터진 막을 봉합해주면 된다.
음경의 내부를 자세히 보면 마치 거미줄처럼 미세한 섬유가 촘촘히 음경을 지지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골절은 아니더라도 심한 압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내부 섬유조직이 손상되어 음경변형이나 발기력 감소로 이어진다. 이를 ‘페이로니씨 병’이라고 한다. 동양인은 거의 없고 성기가 비교적 길고 활발한 성을 즐기는 서양인에 흔하다.
요즘 사회적으로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침실에서도 여성상위 체위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이 체위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부드러움을 잃거나,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해서는 안된다.
여성들이여, 당신의 둔부는 사랑하는 남편이나 남친을 단번에 불구로 만들 수 있는 무서운 흉기로 언제든지 둔갑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선릉탑비뇨기과 박문수 원장(park@top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