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혹은 아름답다

      2004.10.27 12:04   수정 : 2014.11.07 12:40기사원문

성경(창세기 3장6절)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사악한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뒤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한다. 여기서 문제는 유혹이다. 인간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견뎌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9일 개봉하는 ‘주홍글씨’(제작 LJ필름)는 “모든 유혹은 재미 있다. 왜 피하겠는가”라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욕망과 죄의식을 파헤친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것을 염두에 두면 이번 영화가 욕망과 유혹이 빚어내는 처절한 비극을 그릴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감할 수 있다.

‘치정살인극을 수사하는 한 형사의 치정극’으로 요약되는 ‘주홍글씨’의 스토리는 크게 두개의 사건으로 얼개를 짜맞추고 있다.
서로 별개로 진행되는 두 개의 치정극 사이에 야심만만한 형사 기훈(한석규)이 존재한다.

영화에 따르면 세상엔 선과 악이 존재하고 인간은 언제나 악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이분법의 도식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기훈의 아내 수현(엄지원)이 선이라면 수현의 친구이자 기훈의 정부인 가희(이은주)는 악의 꽃이다. 수현의 직업이 첼리스트이고 가희는 재즈연주자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그러나 과연 수현이 선이고 가희는 악일까. 수현의 결혼이 위선이고 가희의 일탈적인 사랑이 진짜는 아닐까. 영화는 후반부에 숨겨둔 비밀의 두껑을 열어젖히며 단순한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전달한다.

그렇다면 사진관 여주인 경희(성현아)는 누구인가. 또다른 치정극의 주인공인 그녀는 묻는다.
“사랑했다면 괜찮은건가요”라고.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사회적 금기를 넘어선 그 어떤 사랑도, 쾌락도 모두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그녀의 질문에 길게 침묵하는 기훈을 비추며 영화는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감독 변혁. 18세 이상 관람가.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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