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시장 지각변동 예고…하이트, 진로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2005.04.01 12:48   수정 : 2014.11.07 19:42기사원문


진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이트맥주가 선정됨에 따라 국내 주류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이트맥주가 맥주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시장의 55%를 장악한 진로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술시장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 국내 술시장은 맥주 60%, 소주 30%, 기타(위스키·리쿠르주 등) 10%로 구성돼 있으나 하이트맥주 혼자 맥주와 소주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류업계 '긴장'=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시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업체는 단연 오비맥주다. 하이트맥주 따라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온 오비맥주로선 이미 우위에 서 있는 하이트가 진로의 강력한 유통망까지 장악할 경우 추월이 불가능해진다며 울상이다. 맥주, 소주 업계 최강자끼리의 결합이다보니 앞으론 어떤 업체도 감히 맞서기 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독과점 시비가 불거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진로가 소주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배력이 약한 하이트맥주를 밀어주고, 반대로 하이트맥주가 쥐락펴락 하는 영남에서는 진로에 지원사격을 하는 식으로 가면 다른 업체들의 존립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수도권지역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 55%, 하이트맥주가 45%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하이트맥주 계열 하이스코트의 위스키 사업도 엄청난 후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오비맥주 등 주류업계는 초조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향후 진행과정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하이트맥주의 인수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큰 위기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는 독과점 논란에 대해 "소주와 맥주는 각각 별개의 시장으로 봐 왔다"면서 "진로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 후 즉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고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와 점유율 3위이내가 되고 상위 3개사 점유율이 70% 이상인 경우 기업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제품을 따로 분리해 독과점을 판단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진로와 같은 특수한 경우 공정위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국부유출 재연 논란도=하이트맥주가 제시한 3조1000억원에 대해서도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응찰가 대로 낙찰될 경우 인수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진로 인수가 하이트맥주의 재무구조상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농간에 국내 기업들이 또 한번 놀아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국내 채권자의 하나인 대한전선은 진로의 기업가치를 1조3000억원으로, 진로의 정리계획안 확정시 감사인이었던 삼정회계법인은 1조8000억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최대 2조3000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최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가 3조6000억원을 부른 것은 진로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트릭이란 지적이 많다.

백운목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트맥주가 제시한 인수가격이 시장 예상치보다는 많지만 영업 시너지는 다른 업체가 인수하는 것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채권단 얼마나 버나=진로의 총채권액 2조8000억원 가운데 2조5000억원 안팎이 정리채권(정리담보권은 2000억원대 중반으로 대한전선이 상당수 보유)이다. 이 중 73%정도를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JP모건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다.

이들의 채권 매입가는 매입 당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액면가의 15%에서 20%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3조1000억원에 매각이 성사될 경우 총 채권액을 넘어서기 때문에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액면가로 전액 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500%에 달하고 매각차익도 1조원대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진로 부도 이후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후 화의를 거치면서 지급받은 이자로도 투자액은 이미 충분히 회수한 상태다.
실제 진로가 98년 4월 화의 이후 이자 지급이 동결되는 법정관리신청 직전인 2003년 3월까지 채권자에게 지급한 이자만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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