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목표향해 달리는 마라톤
2005.04.06 12:48
수정 : 2014.11.07 19:35기사원문
‘경영도 삶도 예술이다. 한 발 한 발 디디는 그 발걸음,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하는 과정, 모든 것이 완성품으로 향하는 작은 시도다.’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앉은 사람은 흔히 대범함과 순발력, 그리고 남다른 혜안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CEO를 지낸 사람들은 경영이란 큰 판 돈을 걸고 벌이는 한 판 승부가 아니라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히 헤아리고 난관을 만나면 놀라운 인내심으로 버텨내고 늘 변함없는 속도로 치열하게 달리는 마라톤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 미포조선, 쌍용자동차, 맥슨 등의 CEO를 지낸 손명원씨가 그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 ‘나는 다시 태어나도 경영자로 살고 싶다’를 냈다. 딱딱한 경영이론이나 원칙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의 경영철학에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녹여낸 자서전식 에세이다. 그는 ‘30여 년의 전문경영인 생활’이라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로서 아직 인생의 바다로 나가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늙은 어부의 경험을 나눠주겠다는 결심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CEO로 살았던 30여 년의 세월, 경영의 전선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히며 살다 보면 삶이 전투와도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는 이 말을 생각하곤 했다. 이 말에서 나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 채찍을 발견하곤 했다.”
‘성공신화’에서나 볼 듯한 그의 전투적인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늘 ‘끝’을 바라본 삶이었다. ‘끝’은 다름 아닌,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치열하게 이끌어줄 목표를 가져라.’ 바로 이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어도 자신이 목표에 가깝게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이내 곧 지치고 만다. 관문 하나 하나를 통과하며 한 발씩 목표에 다가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자신만의 목표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두 번째 성공 조건이요, 그만의 경영 노하우다.
이 책은 ▲당신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경영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내 젊음을 키운 열정의 습관 ▲경영이 내 인생에 남긴 것들 등 총 4장으로 구성된다. 2장에선 실제 그가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간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할 당시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던 입찰에 탈락하며 맛봐야 했던 좌절의 순간, 적자를 보던 미포조선을 맡아 6개월 만에 흑자로 바꿔낸 황색보드의 얘기 등을 들을 수 있다. 3장에선 해외에서의 대학생활과 그가 즐겼던 축구나 레슬링을 통해 배우게 된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가슴 뛰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목표를 가시화하고 진행상황을 바로바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활용하여 바라는 바에 한발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 시절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일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목표관리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모두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란 화두로 장식할 만큼 그는 목표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그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기쁨을 알았기에 그는 30여 년의 긴 마라톤의 승자가 된 것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