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대량매도 급락 부채질
2005.04.18 12:51
수정 : 2014.11.07 19:10기사원문
18일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연기금의 순매도로 급락장세를 연출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시작한 어닝쇼크가 유럽증시와 미국증시를 거치면서 국내증시를 다시 강타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의 특징은 연기금의 순매도. 옵션만기일인 지난 14일에도 현물시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이며 하락장세를 부추겼던 연기금이 이날도 358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하락장세를 주도했다.대형주 중심의 매매패턴을 보이는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매행태로 전체 거래대금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인 2조원대로 거래가 많지 않았지만 지수하락 영향은 컸다.
이같은 연기금의 투자행태에 일반투자자들은 장기투자자인 연기금이 시장받침목 역할을 못할지라도 단기차익을 겨냥한 단기매매를 보이는 것은 시장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성토했다.
◇이달 순매도 4500억 달해=연기금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모두 446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개인의 순매수 금액(3639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372억원)과도 비교된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무려 3243억원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으며, 이날도 증권(662억원)과 투신(1021억원)이 기관의 ‘사자세’를 이끄는 가운데 369억원어치를 순수히 팔아치웠다.
그러면 지난달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속에서도 17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시장지킴이’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연기금이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연금관리공단 주식운용팀 관계자는 “현·선물간 베이시스가 커지면서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프로그램 매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대거 매도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으나, 실제는 매도한 것이 아니라 추가로 사지 않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사학연금관리공단 주식운용팀 관계자는 “지난주에는 미국증시의 하락 등으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 팔았으나, 이번주 들어서는 가격메리트가 있는 종목들도 생겨나고 있어 대형주 위주로 분할매수하는 전략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시장 분위기 흐려=이같은 연기금의 매매행태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국처럼 연기금이 장기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 시장참여자들의 한결같은 바램이지만, 실제로는 그 정반도 움직이고 있는 것. 이에따라 시장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물론, 흐름까지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과 같은 고유자산운영펀드는 90% 이상이 채권으로 운영되고, 주식은 시장이 강세일 때만 보조적으로 운영된다”며 “따라서 증시의 리스크가 커지면 차익을 실현한 뒤 다른 곳으로 빨리 빠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팀장은 또 “시장이 조금만 약세로 돌아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주식투자 비율이 아직 너무 낮고, 펀드매니저들이 계약직이어서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 역시 “외국의 경우 연기금이 투자규모와 투자목적 등에 따라 중장기 투자를 기본전략으로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기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여론의 질타를 받는 등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있어 단기적인 주식운용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