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기관 부패조사의 허점/홍순재기자

      2005.05.02 13:03   수정 : 2014.11.07 18:43기사원문


부패방지위원회가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사고와 관련, 제도전반의 개선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데 대해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방위의 판단은 신용보증기관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보증사고가 급증했고 이를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보증기관을 부패의 온상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일견 일리 있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면 지체없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부방위의 보증업계 실태조사에 몇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대위변제금액이 증가했다’는 부방위의 주장이다. 부방위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받은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는 등 보증사고를 일으켜 신용보증기관이 대신 갚은 금액이 3조4913억원으로 이는 전년도에 비해 25.5%, 2002년에 비해서는 150% 각각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위변제 총액이 전년대비 얼마나 늘어났느냐가 아니라 그 비율이다. 보증규모가 늘어날 수록 보증사고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보증이란 말 그대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대신 신용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그런만큼 일정 부분 ‘사고’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단순히 ‘올해 대위변제금액이 전년대비 몇 % 증가했느냐’가 아닌 당해연도 대위 변제율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2001년 일반보증 금액은 23조원이던 것이 2004년 31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신보의 최근 3년간 대위 변제율은 3.8%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보증제도를 가진 일본(3.5%)과 같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다.

보증기관들이 직원들의 인건비를 과다하게 올려놓고 업체들에는 뒷돈을 챙기는 등 잇속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부방위의 주장도 논란을 낳고 있다. 보증기금업계의 인건비 상승률이 매년 평균 10% 이상에 달한다는 부방위의 지적에 대해 업계는 신입직원 선발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업계가 아연실색하는 이유는 또 있다.
외환위기 이후 보증기관들이 금융권의 투명경영에 앞장서는 본보기를 보였다며 상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부패의 온상으로 치부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부방위의 공공기관 민원업무 청렴도 측정결과 신보는 10점 만점에 8.32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었다.
업계의 한 CEO는 “뼈를 깎는 투명경영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며 “할말은 많지만 공기관의 성격상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자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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