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딛고 ‘오일달러 신화’다시 쓴다
2005.06.16 13:09
수정 : 2014.11.07 17:38기사원문
광복 이후 국내 건설산업은 국가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며 내수경기를 이끌어 왔다. 70년대에는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며 산업부흥에 일조했고, 80년대말에는 주택 200만호 건설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건설산업은 그 어느때보다 위기를 맞고 있다. 늘어나는 건설업체수에 비해 일감은 줄어 들었고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시장은 얼어 붙어있다. 더구나 재건축비리 등 잇따른 비리 스캔들로 건설업체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건설의 날’을 계기로 건설산업을 진단해 본다.
◇한국의 건설산업 역사=올 상반기 GDP(국내총생산) 중 건설산업 생산비중(경상가격 기준)은 8.3%이다. 건설업 취업 종사자만도 182만명으로 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에 달한다.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건설 수주액도 52억달러로 연말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건설산업은 전후 복구사업에서 출발해 지금과 같은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사실 국내 건설업은 1950년 61개 건설업체가 6.25 이후 폐허가 된 국토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으로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는 국토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이 본격화돼 건설산업이 우리 경제사의 전환기를 이뤘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첫 해인 1962년 건설업법이 공포됨으로써 국토개발이 체계적으로 진행됐고 66년부터는 수자원종합개발 10개년 계획에 따른 치수사업 및 전국 주요도로 포장사업, 항만, 상하수도, 주택건축 사업이 추진됐다.
총길이 23.89Km인 국내 최초 경인고속도로를 1968년 12월 왕복4차선으로 준공, 건설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에는 도약의 시기다. 국토공간의 효율적인 구조개편을 위해 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전국고속도로망과 지하철 건설의 골격이 마련됐으며 4대강 유역에 의한 다목적댐 건설사업도 성공을 거뒀다. 70년대 중반 이후 중동건설시장 진출붐이 일면서 국가경제의 효자산업으로 성장했다.
연장 425.48Km의 경부고속도로 왕복4차선 전구간이 개통됐고,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건설돼 국내 건설업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80년대는 건설업이 성숙하는 단계다. 1981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해외건설 수주국으로 부상하는 등 국가 경제발전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중동건설 붐이 쇠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주택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국내건설 시장을 기반으로 건설업이 성장하게 된다.
특히 88년 시행된 주택 200만가구 건설사업은 풍부한 물량을 제공해 90년대 초반까지 건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시련의 시기도 있었다. 1990년대는 거칠 것없이 급성장하던 건설산업에 제동이 걸렸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인한 건설시장의 개방, 부실시공의 뼈저린 교훈, 1997년말 IMF로 인한 경영난 및 부도사태를 겪게 된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시련을 딛고 새로운 건설수요 발굴과 신기술 개발, 정보화 능력확충에 힘을 기울여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대에는 한국건설이 재도약의 발을 내딛게 된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속철도 등 국내외 대형사업을 성공리에 마치고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선전이 눈부셨다.
◇건설산업의 현안과 미래=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최근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지키는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와 대체신도시 조성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낙찰률이 44%대까지 내려간 최저가 낙찰제도 보완을 위해 저가심의제 및 이행보증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밖에 ▲BTL민간투자사업의 지역중소업체 지원대책 마련 ▲건설생산체계 개선 ▲재해율 제도 개선 ▲저가하도급심사제도 합리화 ▲전기 및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건설산업의 미래는 밝다. 급격한 환경변화속에서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착실하게 키워왔고 해외에도 적극 진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별도로 새로운 시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시장을 창출,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낙후된 주요시설물 등을 재정비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레저 관광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또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실버산업, 개발과 환경의 보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친환경적 건설산업, 남북교류로 대륙횡단철도 같은 교통인프라 건설 등도 검토해 볼만한 새로운 분야다.
이와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 신도시, 기업도시 등 국토균형발전 정책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경제자유구역 건설, BTL사업 등도 잇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건설투자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shin@fnews.com 신홍범기자
■사진설명=1970년대 건설된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의 일일 생활권화와 물류혁신을 이끌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1980년대 서울 한강변 종합개발 사업은 1000만 수도 서울의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1990년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건설한 KLCC빌딩은 국내 초고층 건축물 건설기술을 한차원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05년엔 고유가추세로 오일달러를 등에 업은 중동권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건설 발주가 커 제2의 중동특수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