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입지가 흔들린다…X파일에 두산사태 겹쳐,반기업정서 확산 우려
2005.07.26 13:31
수정 : 2014.11.07 15:59기사원문
‘용기있는 행동이다.’(전경련, 금융지분 의결권 제한에 대한 삼성의 헌법소원에 대해) 삼성의 헌법소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가 맞붙었을 때만해도 재계는 ‘이번에야말로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삼성측에 힘을 실었다.
이어 안기부가 불법 도청한 X파일이 지난 21일 공개됐을 때도 재계는 ‘불법 도청이 더 문제 아니냐’며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질타했다.
재계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X파일이 공개된 날 오후. 두산의 형제간 경영 분쟁이 터지자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 ‘공정위가 이를 계기로 각종 규제 해소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어 공정위의 위장 계열사 조사에 대해서는 ‘보복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의 재계 기상 흐름도다. 헌법소원으로 불거진 공정위와의 갈등이 잇단 악재로 이어지면서 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일이 발생한 것은 재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X파일과 두산 형제간 분쟁이 결국 검찰수사로 확대되자 재계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비상 상황에 돌입한 상태다.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재계 공동의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재계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단 악재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조짐이 일면서 재벌 개혁론이 대두되는 등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되면서 출자총액제한 제도, 집단소송법 등에 대해 재계는 움츠리고 있다. 오히려 재계의 현안 문제를 요구할 경우 역효과를 우려,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각 단체들은 사건 관련자들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무국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전경련은 우선 오는 11월 예정인 ‘APEC 서밋’ 개막 준비가 발등의 불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비상 근무에 나서고 있다. 의장을 맡은 박용오 전 두산 회장이 직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제적인 행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사무국을 중심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다.
상의의 경우 박용성 회장이 두산 사태 중심에 서 있는 만큼 그룹 관련 문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27일로 예정된 경제5단체 공동 기자회견이 취소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당분간 비상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두산 등 기업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삼성그룹은 비상 근무 상황은 유지하면서 일단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불법 도청과 통신비밀 보호법을 위반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 법무팀을 중심으로 법적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특히 그룹내 120여명에 달하는 법무 관련 인력을 총가동,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두산도 각종 시나리오를 설정,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두산은 법률팀을 따로 가동, 이번 검찰수사에 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박용오 전 회장측의 움직임에 대비, 본사 건물의 경비체계를 강화했다.
LG, SK 등은 잇따른 이번 사태로 재계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 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재계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반기업 정서가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곧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며 “검찰수사가 시작된 만큼 이른 시일내에 진실을 가려 이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 유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