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고객 “미술품 투자 해볼까”…부동산 규제·저금리 기조속 ‘아트뱅킹’ 급부상
2005.10.09 13:46
수정 : 2014.11.07 13:19기사원문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작품은 당초 40억∼60억원 정도로 추정됐으나 170억원에 판매됐습니다. 반면 오는 11월에 미국 뉴욕 경매에 나올 ‘9개의 마릴린 먼로’ 작품의 경매가는 약 20억∼3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작품이 초기작으로 희귀한데다 사이즈도 더 커서 높은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후 7시. 새로 오픈한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는 우리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 등 100여명이 모여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의 블레이크 고 부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열린 ‘소더비 스페셜리스트 초청 강연’은 우리은행과 서울 옥션이 공동 개최한 것으로 오는 11월 뉴욕 소더비 메인 경매에 출품될 작품중 피카소와 모딜리아니, 앤디 워홀 등의 작품 32점이 선보였다.
소더비의 존 탠콕 부사장은 “미술 작품의 경매는 우선 진위여부를 감정한 이후 현 소유주를 확인하고 화가의 작업실에서 현 소유주까지의 이동 경로를 체크한다”면서 “경매가격은 유사한 크기와 중요도를 가진 작품 가격을 상호 비교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예술이 접점을 이루는 ‘아트 뱅킹’이 PB고객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저금리에 속끓고 부동산규제에 골머리를 앓으니, 미적시각을 높여주면서 소장가치도 높은 미술품에 투자하려는 계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부자고객의 이러한 투자패턴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지난 6일 PB고객들을 초청, 미술품 강좌를 열었고 이보다 앞서 올해초에는 조흥은행이 강좌를 개설했다. 은행원(하나은행) 출신 김순응씨는 아예 하나은행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미술경매사인 K옥션을 설립했다.
강좌가 끝나고 저녁식사가 시작되자 문화홀을 가득 메운 PB고객들은 벽에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하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미술품, 골프, 여행 등 비슷한 취미를 가진 덕분인지 처음 보는 고객들도 쉽게 대화를 시작했다.
한 여성 PB고객은 “미술을 전공해 그림을 좀 볼 줄 안다”면서 “그림소장은 문화적 안목을 넓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론 투자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우리은행 이순우 개인고객본부장(부행장)은 “은행PB 담당자들에게 그림에 관심많은 고객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신청이 봇물처럼 쏟아졌다”며 “이중 몇몇 고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오신 분”이라고 귀띔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월 중 서울 역삼동 강남PB센터와 도곡PB센터에 서울 옥션의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고객에게 이를 판매하는 ‘아트뱅킹’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트 펀드와 같은 아트 뱅킹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려면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 PB사업단 정규장 단장은 “영화펀드에 이어 미술품펀드가 부상하고 있으나 구입한 그림을 제대로 평가하고 적당한 가격에 매매를 대행해줄 곳이 없다”면서 “아트펀드시장은 아직 걸음마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론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사진설명=미술품 경매 강좌에 참석한 우리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그림을 감상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최근들어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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