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의 생존술

      2005.10.27 13:48   수정 : 2014.11.07 12:45기사원문


얼마전 멧돼지가 시내에 나타났었다. 강원도에선 멧돼지 피해를 호소하는 예가 늘고 있다. 호랑이가 있어야 멧돼지의 적정 숫자가 관리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아프리카에서 맹수만 잡다보니 초식동물이 늘어나 초원이 사막화된 적이 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우리 골프장도 고라니, 오리, 꿩 등이 다양하게 있다. 골칫거리는 뭐든지 해치우는 유랑 고양이다. 포획에 현상금까지 걸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도청건으로 고생하는 국정원도 자연계의 생존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존 르 카레는 정보기관을 ‘지정학적 연금술사’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보기관은 국제관계의 지정학을 바꿀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공작은 지극히 은밀해야 한다. 제임스 본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보원이 권총을 빼 들었을 때 그 공작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냉소한다. “스파이와 오입쟁이의 가장 큰 죄는 들키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있다.

아프리카에서 표범 숫자는 사자의 4배다. 표범은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늑대는 줄어드는데 코요테는 늘고 있다. 늑대는 으스대고 다니지만 코요테는 저자세로 생활을 한다.

좌전(左傳)에도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미국 CIA도 위기는 있었다. 73년 제임스 슐레진저 부장은 외부의 비판 때문에 우리식으로 말하면 ‘과거사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기관이 “잘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신세가 됐다.

77년 스텐스필드 터너 부장은 케이스 오피서(공작원)의 도덕성 조사를 실시해 조직을 약화시켰다. 국정원도 민주화의 대세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국정원은 국가 안보의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자기 존재는 정상적일 때가 아니라 쓰러졌을 때 비로소 파악된다고 말했다.
표범의 생존술을 배우기 바란다.

/김철 대표이사(뉴서울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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