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일수록 고통…추우면 심해져
2005.11.07 13:52
수정 : 2014.11.07 12:27기사원문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남근은 유난히 거대했다. 백성들이 낙동강 왕래에 불편을 겪자 자신의 남근을 다리처럼 강 양쪽에 걸쳐놓을 정도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다리 한가운데서 곰방대를 꺼내 담배를 피운 후 무심코 다리 바닥에 곰방대를 탁탁 털었다. 왕은 뜨거워 소리를 지를 뻔 했으나 꾹 참았다. 그로인해 왕의 남근에는 검은 점이 생겼다고 한다.
이 일화는 ‘김수로왕의 근(根)’이라는 구전 설화의 한 대목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거대한 음경을 힘과 풍요의 상징이라 여기며 숭배해 왔다. 이러한 풍습은 현재까지도 전해 내려와 ‘큰 물건’은 여전히 대우를 받는다. 사실 발기 시 5cm만 되어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것이 음경이건만 그 크기에 의해 남성의 자신감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물’이 좋다는 것은 남근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전립선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전립선은 커지면 커질수록 고통을 유발한다. 이른바 ‘전립선비대증’이라 불리는 이 질환은 방광 아래 요도를 둘러싼 전립선이 점점 커져 요도를 누름으로써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잔뇨감을 느끼게 하는 증상이다. 심해지면 방광과 신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요독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립선은 남자에게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전립선에서 사정액의 20%가 만들어지고, 전립선액에 들어 있는 물질이 정자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임신을 돕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점점 쓸데없이 비대해진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자 노인에게 매우 흔한 질병이다.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수술 등의 방법이 있다. 소변이 잘 배출되도록 통로를 넓혀주는 약물과 전립선의 비대화를 촉진하는 남성호르몬의 효과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전립선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수술로는 경요도적 절제술, 레이저를 이용한 절제술, 요도내 스텐트 설치 등의 방법이 있다.
요즘 들어 쌀쌀한 날씨 탓으로 전립선비대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땀으로 나가는 수분량이 줄어들어 소변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전립선과 방광을 감싸고 있는 평활근이 수축되고 이완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이유다.
19세기 말에는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를 위해 고환을 잘라내는 수술이 시도되기도 했다. 수술 중 사망한 사람이 20%에 이르렀지만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수술을 감행한 것을 보면 이 질환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참지 말고 어서 빨리 해결하자.
/김정민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kim@wow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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