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대, 간접투자 더 키워라/임관호 증권부장
2005.11.07 13:52
수정 : 2014.11.07 12:27기사원문
지난해 이맘 때 ‘주식은 저축이다’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다. 여름 휴가철부터 석달 남짓 준비한 기획이었다. ‘어떻게 주식투자가 저축이 될 수 있느냐’는 강한 부정과 맞닥뜨리며 버겁게 시작했었다.
주식투자는 저축이 될 수 없다. 저축과 달리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도 금융기관이 아니라 투자자 본인이 직접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주식은 저축이 될 수 있다. 저축만큼 안전한 투자로 이끌어 낼수 있는 고도화된 투자 및 운용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친구를 비롯한 몇몇 주변 지인들의 모습이 밝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1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말 800선대에서 1200선대로 1년 만에 50% 이상 뛰었으니 당연히 엄청난 수익률을 거뒀을 것이다. 물론 이 수익률은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투자할 경우에만 산출이 가능하다. 부문별로 직접 투자를 했을 경우에는 수익률이 더 높을 수도 더 낮을 수도 아니면 거꾸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직접 투자의 경우는 수익률 보장이 안된다는 의미다.
다행히 주변 지인들 대부분은 적립식펀드 마니아가 됐다. 지난해 고민하며 가입을 주저했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적립식펀드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맨’으로 돌변했다. 이들 대부분은 50%에서 60%까지 연간 수익률을 거뒀다. 간접 투자로 이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1년 전에 누가 장담이나 할 수 있었을까.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5개월간 네자릿수를 지키며 사상 최장 기간을 경신하고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증시가 열리고 있지만 이 흐름을 부인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 과거 4차례의 네자릿수 지수에 대한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장기간 활황 장세에 경험이 없는 우리 개미투자자들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해야할 지가 큰 고민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주식시장이 열리면서 헷갈리는 것은 일반 투자자만이 아니다. 기관투자가들도 밀려오는 간접 투자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가뭄에 콩 나듯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자고나면 쌓일 정도로 물밀듯이 들어오니 운용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네자릿수 이상에서 운용을 해본 적이 없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운용 기법의 대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또 시장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활황 장세로 그 어느때보다 경제의 든든한 받침목 역할을 해주는 주식시장이 고맙고 기분좋기는 하지만 쉼없이 달려온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건강하게 계속 뻗어나가도록 보충해줘야 할 정책은 아직 찾지 못한 모양이다. 지난 99년 공급 과잉의 방치로 뼈저린 아픔을 겪었던 그 기억을 그새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주제는 바뀌었지만 시장 파장은 경중을 가릴 수 없을 것 같다. 지나친 시장 공급은 속도 위반의 성장으로 후유증을 낳지만 지나친 공급 부족은 시장의 조로(早老)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개인·기관·정책 등 3위일체의 변신이 뒤따라줘야 미국과 일본 증시처럼 다섯자리 지수 시대를 개막시킬 자격이 생긴다.
주식투자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아직도 부동산시장에 기웃거리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가 있다면 마음을 돌려 먹어야 한다. 길어야 10년, 한국의 저출산 신기록을 보면 금방 감지할 수 있다. 이미 투자의 귀재라고 알려진 몇몇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을 목록에서 제외시켜 놓았다고 한다. 저출산은 주택 보급이 늘지 않아도 주택 보급률을 올려주는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도 3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아니면 고달픈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올해 들어 채권 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달리고 있다. 장기 투자 대상으로의 채권 본래의 위치로 회귀하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 모두 앞으로 5년 이내에 상상을 초월하는 주식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 증시의 주역은 역시 기관투자가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도 이들 주역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기관·정부 모두 직접 투자의 익숙함에만 빠져있다. 어정쩡한 자세로 간접 투자를 바라보고 있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함께 보조를 맞추지 못할 경우 또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시장 볼륨이 커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의 문호도 커져야 한다. 물론 퇴출 기준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 커져야 할 외형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코스피 시장은 사실상 공급이 스톱 상태고 코스닥도 지난해와 별반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활황 장세에도 불구하고 신규 상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이 늙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보다 어려운 상장 조건이나 시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보면서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면 그 시장은 빨리 늙을 수밖에 없다.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필요한 한국 자본시장에 걸맞은 ‘3위일체’의 변신이 절실하다. 기관도 정부도 간접 투자에 전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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