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유인호기자
2005.11.24 13:54
수정 : 2014.11.07 11:59기사원문
한국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이 재계에서 화제다.
경제5단체장으로서 지난 7년간 자리를 지켜온 김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회장은 동원그룹 회장직으로 복귀해 그룹 경영과 함께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는 퇴임 후 계획까지 소개했다.
이같은 김회장의 ‘폭탄 발언’에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물론 협회 임직원들까지 놀라는 모습이었다.
김회장은 올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퇴임 의사를 시사한 적이 있다. “할 만큼 했다. 많은 것을 이뤘다….”
김회장은 그 약속을 지켰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진 것이다.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퇴임 의사를 밝히면 레임덕 현상이 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김회장은 퇴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회장은 7년간의 회장직을 하며 가슴에 묻어뒀던 말까지 꺼냈다. 민감한 사항인 KOTRA와의 통합론에 대해 외국 사례까지 들며 거론한 것. 역시 맨손으로 대기업을 이루고 경제단체장을 두번이나 지낸 지도층 다웠다. 경제단체장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아름다운 퇴장을 보긴 힘들다. 정치인들이 말 바꾸기를 밥 먹듯 하고 신의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서 김회장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재계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사들도 그리 많지 않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던 박용성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은퇴하는 모습은 초라했다. 그는 변변한 퇴임사도 하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쓸쓸히 퇴장을 했다.
김회장도 평범한 한 인간이기에 3선에 대한 욕심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김회장은 후진에게 회장직을 넘기며 퇴임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떠나는 길을 택한 것.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 yih@fnnews.com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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