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는 인내펀드다”/홍순재기자

      2005.12.08 13:55   수정 : 2014.11.07 11:25기사원문


“사모펀드(PEF)는 ‘Private Equity Fund’가 아니라 ‘Patient Equity Fund(인내력을 요구하는 펀드)’다.”

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꼭 1년이 되는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PEF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보고펀드의 이재우 공동대표는 PEF를 ‘인내력이 필요한 펀드’라고 빗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기폭제가 돼 PEF 운영자들은 그 동안 겪은 저마다의 술회를 한마디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대표는 “신뢰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며 실적에 조바심을 내는 투자자들을 향해 ‘좀더 기다려 달라’는 뜻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우리PE의 이인영 대표는 “돌 잔치에 와서 ‘너 왜 빨리 안 뛰냐’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성급한 투자자들과 시장의 기대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11월말 현재 금융당국에 정식 등록한 PEF 숫자는 14곳, 출자 약정액은 모두 2조7610억원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펀드 하나의 출자 금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PEF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이런 실정에서 연기금과 은행 등 PEF 출자자들은 “1년이나 됐는데 어떻게 된 거냐”며 관계자들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EF의 속성과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주식투자처럼 단기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인식하는 시장의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3년에 한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최소 5년 이상을 기다려야 수익이 나는 PEF 사업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EF는 부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그 기업을 알짜로 만든 뒤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구조다. 그런 만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에게 5년은 매우 긴 시간인지 모른다. 그러나 믿고 돈을 맡겼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PEF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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