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차량 운행중단 위기

      2005.12.25 14:02   수정 : 2014.11.07 11:05기사원문


“KBS의 자회사가 전액 출자한 회사에 다니고, KBS 로고가 달린 차량을 운전하며 여기 방송사 본관에서 근무합니다. 또 KBS에서 들어오는 돈으로 월급을 받는데 KBS 직원이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KBS가 자회사 ‘KBS비즈니스’를 통해서 지난해 7월 전액 출자해 설립한 ‘㈜방송차량서비스’ 소속 직원들의 불만 사항이다. 이 회사는 KBS의 방송차량의 운행을 책임지기 위해 설립됐다.

이들 KBS 방송차량 운전사들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지난 22일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파업에는 KBS의 대부분의 방송차량들을 운전하는 이 회사 직원 280여명 중 245명이 참여하고 있다.

㈜방송차량서비스 노조간부는 “방송차량 운전은 하루 24시간 풀가동 근무를 할 정도로 고된 일임에도 최저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며 “8차에 걸쳐 경영진과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확실한 답변을 얻지 못해 쟁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들 운전사들은 쟁의에 앞서 생계유지 수준의 임금을 받기 위해 KBS 사장 비서실에 협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운전사들은 현재 기본급과 식대와 상여금 등을 포함해서 91만4000원의 월 통상임금을 받고 있다. 이처럼 턱없이 낮은 급여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138만4000원 수준의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측은 운전사들이 ㈜방송차량서비스에 소속된 직원들이라는 이유로 직접 협상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KBS 이민동 팀장은 “(KBS)비즈니스에서 운전사들과 협상을 할 필요성은 있지만, KBS가 직접 나서는 것은 협상주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BS 경영본부 내 총무팀장이 사태파악을 위해 방송차량서비스 노조와 수차례 만남을 갖고도 임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운전사들은 다른 입장이다. 임금이 KBS측으로부터 받아서 지급되기 때문에 KBS와 직접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운전사들은 원래 외주업체의 비정규직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턴 KBS 손자회사인 ㈜방송차량서비스의 정규직원이 됐다. 이전까지 KBS는 ‘백산’ 등 4개 외주업체로부터 파견형식으로 송출받은 비정규직 운전사들에게 방송차량을 몰게 했다. 그러던 중 안정적인 방송차량 운송을 위해 자체 운송 인력회사를 차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KBS는 자회사인 ‘KBS비즈니스’를 통해 전액 출자한 ‘㈜방송차량서비스’를 설립하고 파견 인력회사의 직원들을 대거 흡수했다.

그러나 운전사들은 파견근무 때보다도 월급이 오히려 더 줄었다고 주장한다. 한 운전사는 “파견근무할 때보다 월급이 평균 1만∼4만원 정도 하락했다”면서 “이는 고용안정을 위해 회사를 새롭게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직원들에게 전가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KBS와 ㈜방송차량서비스는 이달 말일 연간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방송차량서비스 소속 운전사들은 재계약 직전까지 KBS가 별다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KBS관현악단지부, KBS미디어지부, KBS비즈니스지부, KBS SKY 지부 등과 연대해서 힘을 모으겠다는 생각이다.

노조측의 강경한 태도에 KBS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음주초쯤 노조측과 만나서 일단 입장을 듣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측도 정상근무를 하면서 쟁의를 계속 하기로 해 방송차질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다.

하지만 노조는 앞으로 협상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을 재개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방송차질의 불씨는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KBS의 방송차량 운전사들이 100만원도 되지 못하는 월급의 인상과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22일 노동쟁의에 들어갔다. KBS 본관앞에 서 있는 방송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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