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명칭이 갖는 의미/이재완 세광종합기술단 대표이사

      2005.12.28 14:03   수정 : 2014.11.07 11:02기사원문


십년 이상의 오랜 산고 끝에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의 꿈이 펼쳐질 ‘신항’ 컨테이너 부두 1단계 사업의 역사적 개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항’ 컨테이너 부두는 국내 화물 운송의 거점일 뿐 아니라 전세계 무역의 대동맥을 이어주는 우리나라의 관문(Gateway)임은 물론 각국의 선박을 이용한 화물운송에 있어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국토의 지리적 특성으로 볼 때 ‘신항’ 개장은 그 의미가 남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한 집안에 갓 들어온 ‘새댁’처럼 신항에 거는 우리의 기대는 커서 부산과 경남은 물론 전국적인 축하의 소리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항의 탄생을 앞둔 시점에서 이미 8년간이나 끌어온 이름 문제를 두고 두 지역 간의 갈등이 극단적 감정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항만의 브랜드를 주장하는 부산 신항측과 경남 진해 신항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그 명칭이 한 때는 ‘부산?진해 신항’으로 가는 듯도 했지만 몇번의 조정을 거치며 두 지역의 상생을 고려한 중립적 명칭인 ‘신항’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번 신항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기존 항만의 상대어가 아닌 신항 그 자체로서 고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어느 마을의 한 집안에 시집 온 새댁이 부지런하고 총명해 온 동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면 그는 누구네 집의 새댁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새댁으로서 더 큰 보람과 의미를 이끌어낼 것이며 이는 신항의 탄생이 부산이나 경상남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대승적 안목을 가져야함을 깨닫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신항의 명칭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진해는 가까운 인접 지역으로서 지리적·정서적 친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부산과 경남이라는 행정 경계를 떠나서라면 버스로 불과 삼십여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웃 사촌간의 지역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지난 시대 우리 국민은 영·호남의 지역감정 속에서 비생산적이고 비합리적인 논쟁을 벌여왔고 그 결과는 엄청난 국론 분열로 이어져 국가 위상과 국민 화합에 큰 걸림돌이 됐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 상처 치유는 정부와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와서 영·호남의 화합을 위해 나아가 국민 전체의 화합을 위해 지역주의는 반드시 척결돼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신항의 개장과 함께 부산·경남 지역은 국민 화합과 도약을 위해 더 이상의 소모적인 지역간 정쟁으로 에너지를 허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가 된 ‘신항’이란 명칭은 사실 항만법상 부산항의 하위 항만의 이름에 지나지 않으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지역의 경제 살림살이와는 무관한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제 개장을 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더 이상의 정략적인 논쟁은 필요치 않다. 그것은 소모적 논쟁이며 두 지역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라는 점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댁의 이름을 부산 신항이나 진해 신항으로 부를 것인가 하는 시끌벅적한 소란은 여기서 끝내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먹을 것 없는’ 작명 논쟁이 아니라 향후 신항 항만 배후부지의 효율적 개발 및 이익 창출을 모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집안 살림에 도움을 주는 방향이 무엇인가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전체의 공공재산이자 동북아를 바라보는 도약의 발판으로서 신항의 탄생은 세계적인 경사라 할 수 있다. 부지런하고 총명한 새댁의 미래에 집안 식구의 한사람으로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신항에 서서 지역을 뛰어넘고 갈등을 풀어내며 다시 한번 우리 국민의 저력을 떨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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