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없어 통증 덜해…중년남성에 적당
2006.04.03 14:40
수정 : 2014.11.06 08:24기사원문
과거에 행해진 낙태의 방법은 무척이나 무식하고도 끔찍한 것들이 많았다. 서기 100년에 그리스 의사 소라노스가 정리한 낙태법의 목록에는 이러한 것들이 있다. 덜컥거리는 수레 타기, 무거운 것 들어올리기, 열탕목욕, 심한 관장…. 이외에도 탁자에서 뛰어내리기, 나무 오르기, 독한 술 마시기 등 어이없는 방법들도 수백 년 동안 행해졌다고 한다.
20세기 초에는 이집트 농촌여성들이 낙태를 하려고 철로 사이에 눕기도 했다. 질주하는 열차가 자기 몸 위로 달릴 때 드는 무시무시한 공포감이 유산을 유발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원치 않는, 혹은 책임질 수 없는 임신으로 인하여 많은 여성들이 ‘낙태’라는 아픔을 감내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낙태 천국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44세 결혼 여성 10명 중 4명은 최소 한 번 이상 인공유산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결혼 여성의 약 50%가 피임을 실패해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유산은 많은 여성들에게 죄책감과 우울증, 골반 내 염증 등의 부작용을 안겨다 준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들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예방책은 바로 정관수술이다. 물론 정관수술은 자녀계획을 다 이루고 난 뒤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는 중년 부부들이 택해야 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칼을 대지 않고 시술하는 무도정관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방법은 절개창이 없어 음낭 피부에 대한 봉합을 실시할 필요가 없고 실밥을 제거할 필요도 없다. 또한 수술 시간도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며 통증이 적고 감염과 출혈의 빈도가 적기 때문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다.
수술 후 성관계는 일주일이 지난 후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정관에 아직 정자가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약 10∼12주 간 10회 정도는 피임을 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불임이 되는 기간에 차이가 있으므로 확실히 하고 싶다면 병원을 찾아 정액을 채취한 뒤 정자가 없는 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관 수술을 한 이들 가운데 2/3 정도는 고환 바로 위 정관 수술한 부위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호소한다. 이를 ‘정자 육아종’이라 하는데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고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2∼3% 미만이다. 이는 대체로 그대로 놔두면 저절로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도정관수술은 자녀들을 충분히 낳은 중년들의 선택사항이다. 실수로 아이가 생기면 지울 수도 없고 낳아 기르기도 어려운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김정민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kim@wow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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