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물류의 심장에서 ‘코리안 파워’ 맹위

      2006.06.08 15:13   수정 : 2014.11.06 04:43기사원문


【미국 롱비치=양형욱기자】

‘천사의 도시’ 미국 로스엔젤리스(LA) 국제공항에 도착해 자동차로 25분거리(20마일) 떨어진 롱비치항(Long Beach Port)으로 향했다. 롱비치항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컨테이너트럭 행렬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롱비치로 들어온 컨테이너를 내륙으로 가져가거나 옮겨오는 컨테이너 트럭들이다.

좀더 달려 LA항에 들어서자 롱비치로 넘어가는 ‘제럴드 데스몬드 다리(GERALD DESMOND BRIDGE)’에 진입했다. 다리의 중간부분에 도달하자 ‘삼태기’ 모양의 거대한 롱비치항이 푸른 바다와 함께 한눈에 들어왔다.
사방에 산재한 터미널 마다 공룡처럼 우뚝 서있는 수십개의 겐트리 크레인(Gantry Crane)들이 집채 만한 컨테이너를 ‘성냥곽’ 나르듯 배에서 내리거나 싣고 있다. 대형 선박이 터미널 마다 1∼2척씩 정박해 있다.

롱비치항은 북미 서부 최대의 무역항답게 웅장했다. 북미에 수출입되는 컨테이너의 30%이상이 롱비치를 통할 만큼 거대한 무역관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롱비치항에서 연간 처리하는 컨테이너는 2005년 기준 총 6백만7100TEU에 달한다. 지난 2002년 4백만5300TEU이던 것이 2003년 4백만6600TEU, 2004년에는 5백만7800TEU 등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곳에는 5개 정도의 대표적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해운업체들이 전용 터미널을 앞세워 ‘제해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그중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이 곳에서 자체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해 ‘코리안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먼저 롱비치항 초입에 ‘ㄷ’자 모양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상선을 들렀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터미널의 현지 명칭은 ‘CUT(California United Terminals)’이다. 입구에서부터 컨테이너트럭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컨테이너에는 ‘HYUNDAI’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이중삼중의 보안검색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니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만한 공간인 154에이커(AC)에 줄잡아 1만여개의 컨테이너들이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바다쪽으로 5대의 켄트리 크레인이 나란히 서서 컨테이너를 옮기느라 분주하다.

현대상선 롱비치 주재 김규봉 부장은 “방금 한국 부산에서 들어온 선박인데 4000여개의 컨데이너가 실려있어 48시간 정도 하역시간이 걸린다”며 “이런 배가 일주일에 5대 정도 들어오는 데 하역공간이 부족해 선박을 못받을 정도로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실제 현대상선은 미주지역에서 시장점유율 기준 ‘톱5’를 차지하는 미주지역 해운강자중 하나다.

현대상선은 롱비치 터미널인 CUT를 100% 자회사형태로 운영해 매년 눈부신 실적을 거두고 있다. CUT는 지난 30만 박스의 컨테이너와 46만TU의 블랙벌크를 처리했다. 올해 목표는 100% 이상 성장한 60만 박스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것.

이를 위해 CUT의 공간을 종전 154AC에서 158AC로 확장하기로 했다. 동시에 인근 홍콩 선사가 운영중인 터미널과 함께 300AC 이상의 ‘메가 터미널’로 거듭난다는 중장기프로젝트도 추진중이란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CUT는 점점 늘어나는 컨테이너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종전 5대의 크레인을 7대로 늘기로 했다.

CUT의 경쟁력 강화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CUT는 정문과 별도로 무인자동시스템인 OCR을 설치한 새로운 문을 만들었다. 이 문은 별도 인력 없이 무인 카메라로 출입 트럭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CUT는 또 컨테이너를 싣는 트럭의 뒷 부분에 전자태그(RFID)를 설치해 컨테이너의 위치와 이동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한진해운도 롱비치에서 가장 넓은 350에이커 규모의 ‘메가 터미널’을 운영해 ‘코리안 파워’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지난 91년부터 미국 화물운송업체인 MTC와 50대 50의 지분으로 만들어진 합작법인 ‘TTI-LLC’를 통해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TTI-LLC의 전용 터미널에 들어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터미널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2∼3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공간에 수만개의 컨테이너가 이곳저곳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롱비치항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조건과 큰 규모를 자랑하는 터미널로 해외 해운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곳은 이미 무인입출입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연이어 컨테이너트럭들이 관리인력 없이도 물흐르듯 출입했다. 한진해운 롱비치 주재 헨리 박 부장은 “컨테이너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를 통해 업무효율성과 경비절감의 ‘두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에 자동화시스템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럭을 이용한 컨테이너 운송 뿐아니라 레일을 통한 운송시설까지 대규모로 갖춘 것도 TTI-LLC 터미널의 장점이다.

이 곳 레일은 16개 트랙에 9만피트(F) 길이다. 이 곳을 통해 자체 철도 화물운송이 가능하다. 이런 강점에 힘입어 TTI-LLC는 롱비치 전체 컨테이너처리실적의 15%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50만TEU이던 것이 지난 2005년에 180만TEU로 늘어났다. 올해 목표는 200만 TEU다.

터미널의 처리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중 하나인 컨테이너 크레인은 14대를 보유했고, 하루에 2∼3척의 선박이 연일 입항해도 무리없이 처리하고 있다.
아울러 TTI-LLC는 내년까지 30AC의 공간을 추가로 확보해 대형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게 하는 등 글로벌 리딩 해운사의 입지를 굳혀나간다는 구상이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사진설명=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중 한 곳으로 미국의 수출 관문인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항에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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