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최대히트 ‘레이저’ 한·미 합작품
2006.09.03 17:55
수정 : 2014.11.05 13:23기사원문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린 모토로라의 성공신화는 모토로라의 개방적인 태도, 기술력, 마케팅파워와 국내 중소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대 초 모토로라는 70여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세계 1위 휴대전화업체인 노키아의 대대적인 공세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업체의 맹추격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11%대로 떨어졌다.
수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하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한 모토로라는 2003년 반전의 기회를 만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두 개의 디자인팀과 한 개의 기술팀을 전 세계로 파견했다.
이 때 휴대전화의 두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휴대전화 키패드를 개발해 놓고도 납품처를 찾지 못해 고전하던 중소기업 삼영테크놀로지(대표 서태식)와 모토로라의 만남이 이뤄졌다.
영남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서태식 사장은 1988년부터 10여년간 삼성시계에서 시계 디자이너로 일하다 2001년 삼영테크놀러지를 세웠고, 2003년 시계 문자판 공정에 사용되는 기술을 응용해 얇은 금속판에 번호와 문자를 새긴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개발했다.
1.8∼3㎜였던 두께를 3분의 1로 줄였고 광택이 나는 키패드의 표면은 기존의 휴대전화와 판이하게 다른 시각효과를 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제품 디자인을 완성한 서 사장은 6개월 동안이나 국내 휴대전화업체들의 문을 두드렸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첨단 기능만을 중시하며 크고 뭉툭한 휴대전화 만들기에 주력했던 국내 업체들은 "슬림은 추세가 아니다", "금속 소재는 전파 방해의 우려가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서 사장이 디자인한 일체형 금속 키패드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본 곳은 모토로라였다.
내구성이 강한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얇지만 튼튼하고, 감각적인 휴대전화 개발을 모색하고 있었던 모토로라의 신소재 사업팀은 삼영 제품을 전격적으로 채택해 2004년 7월 휴대전화의 슬림화 열풍을 불러 일으킨 레이저를 런칭했다.
시장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2001년 11%에 불과했던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2004년 13.3%, 2004년에는 18.6%, 2006년 상반기에는 20%로 수직 상승했다.
삼영의 매출액도 2004년 134억원에서 2005년 750억원으로 500% 증가했고 올해는 1천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공장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월 700만개의 일체형 금속 키패드를 전량 모토로라에 납품하는 삼영은 모토로라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내년에는 2천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일체형 키패드를 직접 디자인한 서태식 사장은 "일반 키패드에 비해 세배의 값을 받고 모토로라에 납품하고 있다"며 "변변한 납품 실적도 없는 한국 중소기업의 제품을 인정하고 받아준 모토로라의 합리성, 개방성이 놀랍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키패드 하나만으로 수출 2천억원 달성을 앞두고 있는 삼영은 디자인 개발력을 확충해 세계적인 휴대전화 외장부품 전문업체로 성장한다는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은 2003년에만 해도 고화질 카메라폰 등 기능 경쟁에 몰두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대기업의 오만과 상상력 부재로 삼영과 같은 중소기업을 협력업체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레이저의 대약진으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한 때 20%에 달했던 이익률이 10% 아래로 떨어졌고, LG전자는 판매대수는 현상을 유지했지만 적자로 전환했다. 삼성과 LG는 최근 뒤늦게 초콜릿폰, 울트라 에디션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슬림화 경쟁에 동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