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유니더스 사장 “한해 11억개 생산 콘돔왕국”

      2006.09.03 16:08   수정 : 2014.11.05 16:36기사원문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능성 콘돔 ‘롱러브’로 유명한 유니더스. 한 해에 11억5000만개의 콘돔을 만들어내는 세계 최대의 ‘콘돔 왕국’이다.

이는 지구촌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쓸 수 있고 각국의 콘돔회사들이 연간 공급하는 70억개의 16%를 차지하는 많은 양이다. 국내시장은 65%를 점유하고 있다.

회사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져 있는 33년 업력의 유니더스를 이끌고 있는 리더는 김성훈 사장.

지난 6월에 창업주인 부친 김덕성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받았다. 내년이면 불혹을 맞이하는 39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이다.


“콘돔시장은 국제기구·외국정부에 납품하는 입찰시장과 약국에 공급하는 상용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유니더스는 현재 세계 입찰시장 1위를 자랑한다. 입찰시장의 30%가량이 유니더스 콘돔으로 채워진다.”

지난해 10월 해외 개발도상국에 물자공급을 지원하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 콘돔 5000만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3월에 3년간 9억개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 기관이 외국기업에 물자를 공급받기는 유니더스가 외국업체로는 1호를 기록했던 것.

김사장은 “해외 80여개국에 콘돔을 수출하는데 북한에도 우리 제품이 유엔 구호물자 형태로 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니더스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수는 60여개. 이들 브랜드는 형태, 향, 색상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가령 햄버거의 경우 미국에서 파는 햄버거가 한국에 파는 것과 다르듯 콘돔도 나라마다 민족성, 문화가 틀려 판매하는 제품이 다르고 그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김사장은 다른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 95년 유니더스로 옮겨 특수영업, 해외영업 등 밑바닥 일을 배우며 경영수업을 했다.

2세 경영에 따른 조직 쇄신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대기업의 경우 2세, 3세로 대표가 바뀌면 주위 임원이나 직원 등을 대부분 세대교체하기 일쑤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더가 바뀌었다고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조직에 혼란이 올 수 있다”며 “변화가 있더라도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이뤄지도록 경영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초보 CEO’인 만큼 부친인 김덕성 회장으로부터 회사 경영에 대한 자문을 많이 구한다는 김사장은 “회장님으로부터 직원들을 잘 관리해라, 인사가 만사다, 고객과 약속을 꼭 지켜라 등의 조언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경영철학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에 “눈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말고 멀리 보자고 직원들에게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가령 마케팅 직원들에게 중간 도매상과 제품가격 인상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도매상들이 신나게 일하도록 해 주라고 지시한다는 것. “회사가 당장 얼마를 더 받는 것보다 도매상이 우리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회사의 이익이며 서로 성장하는 윈윈경영”이라는 설명이다.

요즘 김사장과 유니더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은 콘돔 CF광고다.

지난해까지는 콘돔 CF광고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올들어 규제가 풀리면서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니더스는 올 초부터 광고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CF작품이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김사장은 “콘돔을 홍보하는데 애로가 많다. 특히 방송광고 규제가 풀렸다고 하지만 심의기관에서는 여전히 광고 내용에 ‘조루’ ‘사정’ 등 용어는 절대 사용하지 말고 단순하게 성병 등 질병방지에 좋다는 식으로 광고하라고 요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유니더스의 대표 콘돔제품인 ‘롱 러브’ CF광고를 제작업체와 논의한 끝에 특정 용어를 쓰지 않는 대신 서로 포옹하고 있는 여러 남녀 모델 중 한 쌍만이 끝까지 버티고 껴안는 이미지 장면을 심의에 올렸다. 그러나 심의기관에서 성과 관련된 연상 작용도 안된다고 통보해 왔다. 여태껏 유니더스는 사실상 CF광고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부터 국내 홈쇼핑에 유니더스 콘돔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나 제품 포장지에 그려진 콘돔 그림이 화면에 나오지 못하게 하고 제품기능에 대한 설명도 원천봉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 김사장의 얼굴에는 답답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 김사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국산 콘돔에 대한 편견도 개선되기를 바랐다.

“아직도 국산 콘돔은 구멍이 잘 나거나 두껍다는 편견으로 일본제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많다”며 “롱러브의 경우 충북 증평공장에서 제품 전량을 전극검사를 실시해 육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까지 발견해 폐기처리하는 등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김사장은 강조했다.

앞으로 성에 대해 무조건 터부시하는 국내의 보수적 시각이나 문화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겠다는 그는 “콘돔도 생리대처럼 생활용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니더스는 하반기 중에 특수기능을 추가한 콘돔 신제품 2∼3 종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240억원으로 수출이 75∼80% 차지한다.
유니더스(UNIDUS)는 ‘YOU NEED US’(당신은 우리가 필요하다)는 영어 발음에서 따왔다.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약력 △40세 △서울 △잠실고 △광운대 행정학과 △유니더스 해외영업부 과장 △유니더스 기획이사 △(현)유니더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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