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으로 뒤척인밤,30분 낮잠 ‘해장 수면’

      2006.11.28 18:45   수정 : 2014.11.04 15:49기사원문


전날 여러 주종을 섭렵했던 직장인 주모씨는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속도 울렁울렁하다. 과음한 후 화장실에서 음식물을 게워낸 탓인 것 같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하다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혔는지 혹도 만져지고 여기저기 멍투성이다. 이 때문에 온몸이 무언가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찌푸둥하다. 실제로 과음하면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음식물을 토하면 속이 상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의에게 들어본다.

■과음하면 정상수면 불가능

수면은 얕은 수면(1∼2단계)과 깊은 수면(3∼4단계)으로 이루어진 1∼4단계 수면과 렘수면(급속안구운동)이 1주기로 구성된다.
정상적인 수면이란 이 수면단계가 하루밤 동안 4∼5번 정도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이 수면 구조가 깨지면 뇌의 각성 때문에 7시간을 자더라도 1∼2시간 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따라서 심한 수면부족 증상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수면구조가 깨지지 않게 깨지 않고 자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깊은 수면 단계로 빠져들지 못한다.

즉, 잠이 드는 단계인 1∼2단계의 얕은 잠을 자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잠을 깨고 피곤함은 그대로 남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1∼2단계 수면 진입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잠이 잘 온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낮 동안 쌓인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3∼4단계 깊은 수면단계에서 이뤄진다. 또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 분비도 깊은 수면에서 많이 분비된다.

정상적인 수면구조가 깨지면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낮동안 졸립고, 어지럼증, 두통, 인지능력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에서 술을 마신 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상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단계 수면단계로 들어가는 수면입면기는 최소 30초이내로 아주 짧고 깊은 수면과 렘수면은 잘 나타나지 않았다. 또 연구개의 근육에 탄력이 떨어져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나타나면 다음날 피로도와 주간 졸림증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수면은 적당한 시간 깊게 자는 것이 가장 건강한 수면이다. 하지만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수면의 적정량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수면시간을 6∼8시간 정도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주기가(1주기 약 90분) 하룻밤에 4∼6회 정도 반복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술 마신 다음 날 피곤하다면 오후에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수면이 깊은 수면인 3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30분 이내로 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술마시고 토하면 위험

옛날 로마 귀족들은 한편으로는 토해가면서 하루 종일 먹고 마셨다고 한다. 주변에 보면 잘 토하면 술을 많이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다며 술 마시는 중간에 일부러 토하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시고 토하면 다음 날 속이 쓰리고 아프다.

그러나 토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잘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토하면 좁은 식도로 갑자기 많은 위 내용물이 몰린다. 따라서 식도 하부나 위의 상부가 점막이 찢어지면서 많은 출혈을 일으켜 토혈이나 하혈을 할 수 있다. 이를 말로리와이쓰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때 빨리 발견하면 내시경 검사와 함께 약물을 주사해 출혈을 멎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점막만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도 전체 벽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식도를 통하여 공기가 피하로 새어 나가므로 목 부위의 살갗 밑에 만지면 공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때는 수술해야 한다.

술을 많이 먹고 거의 인사불성이 된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토하다 보면 구토 내용물이 갑자기 숨구멍을 막아서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술이 곤드레만드레가 된 상태에서 토하다가 호흡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이 때는 입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구토물을 제거하고 고개를 젖혀서 호흡이 잘 되도록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술을 많이 마시고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계속 토할 때는 넘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만약 땅에 머리를 부딪쳐서 다치면 뇌막출혈 등 뇌손상이 있을 수 있다. 음주 후에 계속 토하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고 하거나 음주량에 비하여 지나치게 의식이 나쁘거나 정신을 못 차리면 뇌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토하는 경우는 흔히 보는데 어떤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음주 후에 토하는 사람을 보면 소홀하게 다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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