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바란다/ 풀뿌리 민심에 듣는다
2006.12.31 15:29
수정 : 2014.11.04 14:29기사원문
■ 박성규(67·자영업·서울 송파구 잠실)
정부 정책과 전문가 예상치를 믿었지만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 신뢰도와 전문가 예측이 모두 빗나가 허탈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지난해 연초부터 TV토론이나 전문가 전망 등을 꼼꼼히 체크해봤지만 새해를 맞은 지금, 전문가 전망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올랐다. 서울 자치구 25개 구역이 모두 투기지역으로 묶인다는 건 대단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지금 집사면 위험하다”는 정부 말만 믿고 움직이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재테크 기회를 상실한 반면, 무리해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 이득을 보는 형국이 됐다. 뭔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됐다. 그만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고 전문가 전망도 유명무실한 한 해였다.
특히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해선 불만이다. 종합부동산세를 걷으면서 재산세를 함께 걷는것은 명백한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 이는 반드시 개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정책에는 적극 찬성한다. 다만 이 세금으로 국민들이 수월하게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국가가 관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반시장적인 의지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신뢰도 있는 정책을 구사하길 바란다. ‘반값’이라는 단어도 서민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많은 단어다. 그런말을 정치권이나 정부가 먼저 써서 서민들을 동요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분양가 역시 부동산업자나 건설업자들이 무리하게 올려 팔지 않도록 정부가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일반인들의 내집마련 꿈이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2007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남규혁 하이리빙 홍보팀(38) 과장
지난해에는 집값이 하도 올라 내집마련을 끝내 포기했다. 전세 살면서 계속 봐 뒀던 물건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올라 조바심만 내다가 시기를 놓쳤다. 집값이 무슨 주식도 아니고 변동이 너무 심하다. 새해에도 대선 정국이 되면 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어서 불안해 죽겠다. 집 문제만 생각하면 밥맛조차 싹 달아난다. 새해엔 집값이 쭉 빠져버렸으면 좋겠다. 사실 요즘 동료들과 모이면 부동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 회사 동료 중에는 분당에서 살다가 시세차익을 얻고 성남으로 이사가 판교에 당첨된 사람도 있다. 6개월만에 집값이 2억원이나 올랐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친구들 보면 많이 부럽고 마음이 답답해 진다. 지금의 서울 홍제동 전셋집으로 이사오기 전엔 경기도 덕소에 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덕소 아파트값이 꿈쩍도 안했는데, 최근 신도시 지정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로 마음이 심란했다. 순간의 판단으로 1억원 정도는 까먹은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새해엔 부동산 때문에 마음이 울적해 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로또 당첨도 아니고 이사만 잘가면 한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버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을 벗어난다. 직장인 평균 임금으로 20년 모아도 내집마련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반값아파트 정책은 그래서 많이 기대된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어떻게든 시장에 영향을 미쳐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부와 여권에서 해보겠다고 하니 용두사미가 안됐으면 좋겠다. 부디 요즘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들이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면 내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바란다.
■이정원(42) 부천시 원미구 중동
내 소망은 뭐니뭐니해도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공간이 좀 여유가 있고 화장실도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며 지내왔다. 부디 우리 가족의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길 소망한다. 또 한국경제가 좋아져서 생활형편도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지난 5년전부터 이사를 계획하면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허탈하다. 수년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금의 형편으론 평수를 넓혀 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정부대책만 믿고 열심히 일하고 지출을 아껴가며 미래를 설계해 온 내가 오히려 원망스럽다. ‘왜 나는 요령을 피우지 못했나’ 싶어 참으로 울적한 날이 많다.
요즘은 친구들이나 옆집사람들이나 두세명만 모이면 부동산 얘기를 한다. 누구네 집은 얼마가 올랐느니, 누구는 이번에 어디로 이사를 갔다느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속도 많이 상한다. ‘평생 작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 밤에 잠이 안오는 날도 흔하다. 때론 지금이라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얻어서라도 집을 사야하는게 아닌가 고민도 한다.
언제나 그랬듯 각종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정치권과 정부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정책을 보면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위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는게 아닌가 싶어서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실패로 오는 부담은 결국 나같은 서민에게 더 크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희망을 버리고 나면 남는게 너무 없어 버릴 수도 없다. 또 다시 올해부터 시작되는 ‘분양가상한제’와 ‘반값아파트’정책, 앞으로 계속 조성될 신도시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엔 정부의 대책이 정말 효과를 발휘해 온 국민이 부동산으로 인해 좌절하고 고민하는 현실을 옛날 이야기하듯 살아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장유성(35세) ‘휴먼셀프 세차장’ 운영(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새해에는 부동산 때문에 인상 쓰는 손님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 세차장을 찾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부동산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한결같이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최근 인천 검단이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손님도 종종 만난다. 그런데 대부분 그다지 즐겁지 않은 표정이다. 처음엔 기대도 많이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감만 커진다는 거다. 워낙 교통이나 생활환경이 뒤쳐져 있어 실수요자들도 갈수록 외면하고, 팔려고 내놔도 잘 나가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얼마 전까지 과열됐던 인천에서 미분양이 수천가구씩 쌓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불안해 죽겠다는 고객도 있다. 새해엔 제발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서 일이라도 즐겁게 할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새해엔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부동산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주택공급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곳이면 별로 소용이 없다. 많은 부동산 대책이 현실을 정말 알고 집행하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 반값아파트를 짓겠다면서 정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이것저것 발표하는 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몇 가지만 들어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먹구구식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정말 실질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계획을 세웠으면 하나하나 지켜지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가 갈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안정돼야 장사도 잘된다. 경기가 나쁘면 일주일에 한 번할 세차를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인다.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이 어떻게 경기침체를 체감하는 지 영업 결과에서 그대로 느낀다. 새해에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우리 세차장을 찾는 고객도 내 사업도, 모두 번창하길 바란다.
■오선영(31·주부·서울 도봉구 방학동)
결혼 전에는 전세 값이 어떠니, 아파트 값이 어떠니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TV에 ‘내 집 마련’이라는 말이 나와도 동떨어진 어른들만의 얘깃거리로 생각했는데 이제 3년차 주부가 되고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집값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빨리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지금 3년째 전세를 살고 있는 나의 집에 대한 꿈은 소박하다. 나는 5년 안에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 24평짜리 아파트를 사고 내 집 거실에 내 마음대로 못을 박아보는 게 소원이다.
아파트 공사현장을 지나치면서 ‘아파트를 저렇게 많이 짓는데 왜 나는 집 한 채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서러운 생각에 눈물이 핑∼ 돌곤 한다.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수 없이 내놓았다. 그 땐 정부를 믿었고 ‘내 집 마련 희망’에 행복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의 정책은 서민들에게 장밋빛 기대만 심어 줬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나는 ‘집을 어떻게 하면 장만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고 ‘이 놈의 집값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라고 불평 중이다.
정말 간곡히 정부에 부탁하고 싶다. 집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실현가능한 정책을 내 놓으라고 말이다.
‘그런 정책을 어떻게 내 놓으라는 말이냐’고 묻는다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한 당신들이 평생 고민해야 할 몫’이라고 다시 말해 주고 싶다.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내 놓은 사람들 중에 집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