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재활용 ‘꿈의 원자로’ 개발중
2007.06.10 20:15
수정 : 2014.11.05 13:16기사원문
얼마 전 우리나라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건설 문제로 한차례 심한 홍역을 앓았다. 사회적 갈등양상까지 몰고온 중전준위 방폐장 건립은 경북 경주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방폐장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각 원자력 발전소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 안에서 작업자가 사용했던 장갑이나 옷, 고장난 부품 등으로 방사능이 매우 약하다. 반면 원자력발전소에서 3년간 발전 임무를 마치고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선 사용후 핵연료를 줄이고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를 줄여주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고온건식처리기술)'를 10년 간 연구 끝에 지난 2005년 '사용후 핵연료 차세대 관리종합공정 실증시설(ACPF)'을 완공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타지 않고 남은 우라늄과 넵튜늄, 플루토늄, 아메리슘, 큐륨 등 초우란원소(우라늄보다 원자량이 큰 핵종)들을 고속로 연료로 다시 쓸 수 있도록 재활용 핵종과 폐기 핵종으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 발열량은 100분의 1, 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ACPF는 원격조종 로봇팔을 이용, 사용후 핵연료의 피복을 벗겨내고 500도 이상의 고온 처리를 통해 금속물질로 변환시켜 우라늄, 플루토늄 등 재활용할 핵종과 폐기할 핵종을 분리해내기 위한 준비를 마치는 장소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 시설을 거쳐 산화물 형태에서 고속로에서 사용이 가능한 형태인 금속상태로 바뀌게 된다.
ACPF에서 일부 폐기할 핵종을 분리한 후 재활용 핵종들은 재생 연료를 완성하는 후공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후공정에서는 금속물질에서 다시 우라늄을 대부분 분리했다가 필요한 만큼만 다시 혼합하는 과정을 통해 고속로에서 사용이 가능한 핵연료를 완성하게 된다.
ACPF 구축과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연구소 윤지섭 박사는 "기존의 습식 공정은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분리해낼 수 있어 '재처리'로 분류된다"며 "반면 건식 공정인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넵튜늄, 아메리슘, 큐리움 등과 함께 추출하기 때문에 플루토늄만 따로 분리하는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계에서는 이를 '핵확산저항성'이라고 표현한다.
원자력연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미국의 사용후 핵연료 관련 연구를 주도하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가 먼저 공동연구를 제안해 올 만큼 독창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윤 박사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전반을 놓고 볼 때 국내 연구 수준이 세계 수준에 조금 뒤처지지만 실증시설인 ACPF 관련 연구는 오히려 선진국들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소듐냉각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실용화되면 언젠가는 짓게 될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 시설의 규모를 100분의 1 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통해 회수한 유용한 핵연료 물질을 오는 2030년경 상용화 목표로 개발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SFR은 연료를 반복해서 재활용함으로써 우라늄 자원을 60배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꿈의 원자로'다.
한도희 원자력연 환경친화성원자로개발단장은 "현재 가동중인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방사성 독성이 천연우라늄의 독성 이하로 떨어지는데 약 30만년이 걸린다"면서 "그러나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추출한 고방사성 물질들을 SFR에 연소시키면 이를 1000년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단장은 "재순환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영구처분해야할 고준위폐기물의 양도 기존 경수로에 비해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지난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에 착수, 지난해 중형 소듐냉각고속로인 '칼리머(KALIMER)-600'의 개념설계를 마쳤다. '칼리머-600'은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공동개발연구 'GEN-IV'의 참조 노형으로 선정돼 우리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