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숙면 취하려면, 커피·술 삼가고 따뜻한 우유한잔

      2007.07.31 09:11   수정 : 2014.11.05 07:31기사원문
장마가 멎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이 때쯤 되면 뜨거운 한낮 햇볕도 견디기 어렵지만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쉽게 이룰 수 없다. 보통 여름철 밤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대야 현상은 대개 장마가 끝난 뒤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할 때 밤에 복사 냉각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도심은 사람·자동차·공장 등에서 뿜어내는 인공열이 한여름 수은주를 더 끌어올린다. 빌딩이나 아스팔트와 같은 인공 구조물이 한낮에 흡수한 열을 밤에 뿜어내기 때문에 밤에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가는 것이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은 왠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다. 온몸이 무겁고 꾸벅꾸벅 졸거나 심하면 두통, 소화불량까지 호소하게 된다.
이른바 ‘열대야 증후군’이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는 “수면은 기온·습도 등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돼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는 단계인 렘(Rem) 수면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온도 찾자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기후 지방대에서 수면을 취하기 가장 좋은 온도는 섭씨 18∼20도다. 물론 최적 수면 온도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진 않다. 열대지방에 사는 원주민들은 연일 30도가 넘는 기온에서도 큰 지장 없이 숙면을 취한다. 온도조절 중추가 해당 기온에 최적화돼 높은 온도에도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인체가 수용하지 못한다. 노약자의 경우 생명을 잃을 만큼 위험할 수 있다. 가끔 외신에서 인도 등지에서 기온이 영하도 아닌 영상 5도로 떨어져 수많은 동사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열을 식히느라 냉방기를 틀어놓고 자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마다 최적 온도가 조금씩 다르고 담요나 이불을 덮는 습관도 다르기 때문에 냉방기를 일률적으로 맞추어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선풍기를 틀 때도 수면 시작 1∼2시간만 몸에서 멀리 떼어 놓고 가동시킨 후 반드시 끄고 자야 한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잠자기 전 따뜻한 우유 한 잔

열대야 극복은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는데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카페인과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나 음주는 피해야 한다. 허기가 느껴질 때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자고 일어나는 시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에 잠을 설쳤다면 낮잠은 30분 이내로 잔다. 그 이상 자면 오히려 밤에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잠자리에서 벗어나 가벼운 책을 읽다가 다시 잠이 오면 잠자리에 든다. 잠이 들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반복해 보는 것도 괜찮다.

잠자기 전에는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 샤워가 육체적인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새벽이나 해가 지고 난 저녁 시간을 이용해 20∼30분간 자전거타기, 산책 등의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당장은 체온이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체온이 내려가 수면을 취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또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게 좋다. 흰쌀밥보다는 국수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많은 야채와 과일, 콩으로 만든 두부 등을 섭취하면 더위를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식욕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온도 너무 낮추면 냉방병 위험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실내 온도를 낮추는 일이다. 그러나 냉방기기를 밤새 켜놓으면 실내 습도가 30∼40%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서 호흡기 점막이 말라 감기에 걸리기 쉽다.

또 선풍기의 경우 바람을 직접 쐬면 두통·체온 저하·질식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선풍기를 벽 쪽으로 향하게 해 1∼2시간만 켜 놓는 것이 좋다. 선풍기를 켜고 잘 때에는 타이머를 맞추고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한다. 특히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자, 어린이, 노약자들은 선풍기 바람을 직접 쐬지 않아야 한다.


더워서 잠들기 힘들다고 에어컨을 장시간 켜놓고 환기를 시키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체온 저하와 혈액순환 장애로 피로감이나 두통이 오고 심하면 신경통, 소화장애 등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실내 온도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도록 한다.
에어컨을 강하게 잠시 틀어 놓았다가 끄는 것보다는 약하게 여러 시간 틀어 놓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도움말=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헌정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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