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낙뢰시…카트 이동 실내 대피해야

      2007.08.14 17:58   수정 : 2014.11.05 05:16기사원문


“어, 그 모임은 용혈봉 학습효과에도 눈 하나 꿈쩍 않네.”

국지성 호우로 중부지방에 기상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으로 라운드를 떠나는 직장인 J씨에게 동료가 건넨 말이다.

이른바 ‘용혈봉 학습효과’는 지난달 말 북한산 용혈봉에서 등반객 5명이 낙뢰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비만 내리면 야외 활동을 삼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 들어 골프장에서도 비 예보만 있으면 예약 취소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골프장은 낙뢰사고의 사각지대라 당연한 세태다.

골프장의 낙뢰사고는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과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아전인수격 선민(?)’ 의식이 화를 자초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 무쌍한 용사(?)들은 심심찮게 도처에서 목격된다. 골프장측의 철수령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임전무퇴의 자세로 기어이 18홀을 마쳐야만이 직성이 풀리는 이들의 말로는 한마디로 개죽음이다.

올 들어 골프장 낙뢰로 인한 사망사고 보고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없지만 가장 최근에 충남 청원의 모 골프장에서 발생했던 낙뢰로 인한 사망 사고의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골프장측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희생자의 몫으로 돌려진 사례가 있다.

만약 골프장측이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했다면 해당 골프장측은 도의적 책임 이외에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골프장의 낙뢰 사고는 대부분 잔여홀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몇 홀 남지 않았는데 마저 마치지. 무슨 일 있겠어’라는 데에 있다.

또 하나는 티잉 그라운드보다는 그린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퍼팅만 끝내고 피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백스윙 순간 번개가 칠 경우 클럽을 던진 것은 이미 늦은 경우다. 골프장의 지시에 따라 카트에 탑승한 뒤 그늘집이나 클럽 하우스 등 실내로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수칙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낙뢰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제주도 R골프장의 오너인 K모회장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다. K회장은 골프장의 철수령에도 불구하고 라운드를 강행하다 결국 페어웨이 한 가운데서 낙뢰를 맞고 약 5m 이상을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다행히도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철 구조물이 피뢰침 역학을 한 덕분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사고 지점의 페어웨이가 한동안 ‘R골프장 학습효과’의 시청각 교재로 활용된 바 있다.

낙뢰 발생의 자양분에 해당하는 국지성 집중 호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골프의 호시절을 굳이 스스로 조기에 마감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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