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에 경찰 모욕발언, 국가 배상해야”

      2007.08.17 09:44   수정 : 2014.11.05 04:55기사원문
집단 성폭행당한 여중생들을 조사하면서 경찰이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이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6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 2004년 발생한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과 함께 공개 장소에서 범인을 지목하게 했다며 피해자 자매와 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자매에게 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 어머니에게 1000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원고들에게 ‘밀양물 다 흐려놨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은 객관적으로 보아 공무원의 직무집행 행위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원고들이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꼈을 것임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다른 범죄보다 피해자 보호가 더욱 필요하고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면 보복 등 피해 우려가 더욱 커지는데도 공개 장소인 형사과 사무실에서 피의자 41명을 세워놓고 범인을 지목케 한 것은 피해자 인권보호를 규정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건 당시 여중생이었던 피해자 자매는 밀양지역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 당한 뒤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범인식별실이 있는데도 형사과 사무실에서 범인을 지목하게 하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실명이 기재된 사건 관련 문서를 유출했다며 어머니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을 누설한 점만을 인정해 300만∼7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했었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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