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이다’ 100배 즐기기
2007.10.31 14:34
수정 : 2014.11.04 20:38기사원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후기의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이 남긴 이 명문이 세상에 처음을 빛을 보게 된 것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서다. 유홍준 현 문화재청장이 쓴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배낭을 꾸려 문화답사에 나서게 했고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문화재 뿐이 아니다. 무릇 예술이라는 것은, 또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아무런 노력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인 클래식 음악도, 아리송하기만한 현대미술도, 상업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뮤지컬마저도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겁다.
오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는 11월23∼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아이다’ 관객을 위한 관람 포인트를 짚어본다.
◇1871년 이집트 카이로서 초연=오페라 ‘아이다’가 초연된 곳은 유럽이 아니라 이집트 카이로다. 지난 1869년 이집트 국왕 이스마일 파샤가 수에즈 운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에게 오페라 작곡을 위촉했다. 베르디는 당시 10만 프랑의 작곡료를 사례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대작 오페라 ‘아이다’는 작곡 의뢰 2년만인 1871년 12월2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초연됐고 2개월 뒤인 1872년 2월8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도 성대한 막을 올렸다. ‘아이다’가 유럽 무대에서 첫선을 보일 땐 작곡가인 베르디가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이국적인 정취의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멜로디, 사랑을 테마로 한 극적인 스토리 때문인지 ‘아이다’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의 ‘라 보엠’, 비제의 ‘카르멘’ 등과 함께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작품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00년엔 비극적인 오페라 속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개선행진곡 & 청아한 아이다=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아는 곡이 흘러나오면 관객은 흥분하게 마련이다. 오페라 ‘아이다’에도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리아와 합창곡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2막 2장에서 울려퍼지는 ‘개선행진곡’이다. 군악대를 선두로 이집트 전사들이 속속 입성하면서 불려지는 이 합창곡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다채롭고 웅장한 선율을 자랑한다. 1막1장에서 들을 수 있는 ‘청아한 아이다’와 ‘이기고 돌아오라’도 손에 꼽을 수 있다. 라다메스 장군이 적국의 공주이자 연인인 아이다를 칭송하며 부르는 ‘청아한 아이다’와 아이다가 한 남자에 대한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기고 돌아오라’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막의 ‘오, 나의 고향이여’도 들을만하다. 오보에의 전주로 시작하는 이 애수어린 아리아에서 아이다는 비극적 종말을 예감한 듯 “오, 나의 고향이여, 이제 다시는 너를 볼 수 없겠구나”라고 노래한다. ‘즐감(즐거운 감상)’을 위해선 시중에 나와 있는 음반을 통해 유명 아리아 몇 곡을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 로마극장 프로덕션=이탈리아의 유서깊은 오페라하우스인 로마극장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도 이번 공연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의 하나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푸치니의 ‘토스카’ 등이 초연된 로마극장은 12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으로 이 극장의 상임 연출자인 마우리치오 디 마티아와 지휘자 카를로 도나디오가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무대 세트와 의상도 전량 이탈리아에서 공수될 예정이다.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아이다 역에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와 로마극장에서 활약한 소프라노 이레네 체르본치니와 미국 출신의 흑인 성악가 아디나 아론이 더블캐스팅됐다. 또 아이다와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탈리아 성악가 주세페 자코미니와 한국인 최초로 라 스칼라 주역 가수로 발탁된 테너 이정원이 번갈아 맡는다. 3만∼32만원. (02)3476-6224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설명=오페라 ‘아이다’의 홍콩 공연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