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로드킬 방지 동아리 제로 로드킬
2007.11.28 18:54
수정 : 2014.11.04 18:38기사원문
2006년 3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수백 마리의 두꺼비가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은 채 발견됐다.
어미두꺼비는 산란을 위해 산에서 습지로, 부화된 새끼두꺼비는 다시 산으로 향하는 생명의 여정을 고속도로가 막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대구지방환경?에 근무하던 오경석씨는 이 사건을 접한 뒤 로드킬(찻길동물사고)의 잔혹성에 눈을 뜨게 됐다.
오씨는 그러나 로드킬이라는 주제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의외로 관심이 적고 실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온오프라인 동아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환경부 직원들로 구성된 ‘제로 로드킬’. 동아리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로드킬이 없어지는 날까지 홍보와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했다.
2006년 첫해에는 6명이 주축이 돼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에 이르는 장시간 조사결과 로드킬로 희생된 564개체의 동물을 발견했다.
이들은 희생된 동물들의 위치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기록해 동물이 많이 출현하는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또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정부 온라인 망을 통해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해 150명이던 제로 로드킬 회원은 올해 3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회원들은 불어나고 홍보활동은 성과를 거뒀지만 한 가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로드킬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정부도 그동안 로드킬 예방을 위해 고속도로 25개 노선 3103㎞ 중 168㎞(5.4%)에 유도펜스를 설치하고 252곳에 생태통로를 만들었으나 사고예방에 한계를 보였다.
토론 중 답답한 마음에 한 회원은 “운전자는 말귀를 알아들으니까 동물 나오는 곳을 조심하라고 하면 되지만 말 못하는 짐승을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이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는 “아! 내비게이션”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동물 다니는 길만 억지로 막으려 했던 인간의 이기심이 실패 원인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사람이 먼저 조심하고 변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내비게이션 안내방송’ 아이디어였다.
건설교통부에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효용성이 의문스럽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제로 로드킬은 동아리내 사이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전자의 인지도와 로드킬의 상관관계, 로드킬 내비게이션의 필요성에 대한 고객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기초자료를 확보해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
운전자 21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로드킬 예방 필요성의 인지도가 59.1%, 로드킬 위험 경험자가 54%, 내비게이션 안내사업의 찬성자가 88%에 달했던 것이다.
백방으로 홍보노력을 벌인 결과 국내 점유율 60%의 ㈜만도맵엔소프트라는 회사로부터 먼저 사업참여 의사를 알려 옴으로써 지난 6월 경북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세계 최초의 로드킬 내비게이션 사업이 실시됐다.
‘제로 로드킬’은 이 밖에 로드킬 방지 홍보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고 로드킬 방지 홍보 우표도 제작하는 등 생명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 내년까지 로드킬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경찰청과 협의해 운전면허시험에서 로드킬 예방 및 발생시 대처요령 출제, 선진외국에 정책 수출 등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자신의 별명이 ‘로드킬’이라고 소개한 오 회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환경부 내에서 로드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내비게이션 정보 제공이라는 큰 성과도 냈기 때문에 이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때가 됐다”고 말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