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일주씨 “박물관 생기면 조건없이 기증”
2007.12.10 18:54
수정 : 2014.11.04 15:28기사원문
“제가 40년간 찍은 문인 사진 8만여 장은 한국 현대문학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제가 소유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한국현대문학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아무 조건 없이 자료(필름·육필원고·사인본 등)를 기증할 생각입니다.”
‘한국 현대 문학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사진작가 김일주씨(65). 지난 68년부터 지금까지 40년간 문인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면 그는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소설가 오영수씨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나 작품 활동은 개점 휴업하고 오로지 한국 문단을 화려하게 수놓는 작가들의 사진 찍기에 매달렸다.
“문인 세 명만 모여도 저의 카메라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어요. 그래서 문인들은 저에게 ‘문단의 감초 사진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지요. 그렇게 해서 찍은 문인만도 박종화, 황순원, 주요한, 서정주에서부터 지난달 작고한 소설가 하근찬씨에 이르기까지 1000여명을 헤아립니다.”
김씨는 지난 96년 ‘한국현대문학의 얼굴전’에 이어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정보관(760-4671)에서 ‘한국문학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이라는 타이틀로 네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현대문학을 이끌어 온 문학가 102인의 창작의 내면을 앵글로 포착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한국의 현대문학은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단지 제가 먼저 시작해 자료를 모았으니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문학박물관 건립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합니다.” 아직도 문학 현장에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김일주씨의 간절한 소망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