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④ 프로젝트 파이낸싱
2008.01.03 17:49
수정 : 2014.11.07 16:17기사원문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한 호텔에는 한국인 투자자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고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현지 고속도로, 아파트, 관광지, 신도시 건설 등에 컨소시엄 형식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중국, 중동, 동유럽 등 PF가 있는 곳은 가리지 않고 ‘수익거리’를 찾아 해외를 누비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외환위기(IMF)당시 설비투자나 부동산을 개발할 때 현금이 부족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던’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새해 글로벌 진출 계획 중심에는 PF가 있다.
금융회사들은 2000년 이후 급성장한 국내 부동산 PF를 통해 익힌 PF 담보평가 능력, 사업 능력, 리스크관리 능력 등을 개도국에 고스란히 적용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PF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해 리스크 관리도 ‘제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들이 PF로 시작된 다양한 형태의 투자금융(IB)을 어느정도 실행할지도 관심거리다.
■금융권 부동산PF급성장
국내 PF는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2002년 이후 시중 및 지방은행은 기업 인수금융 및 부동산 개발 부문에 대한 PF에 적극 참여했다. 2005년에는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PF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금융권의 PF참여 증가 요인은 자산운용의 다변화, 리스크 분산 때문이다. ‘카드대란’과 함께 소매금융 시장이 포화된 2002년 은행들은 경기마저 부진해 기업대출 수요가 없자 PF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PF 참여 시 금융기관, 건설사, 신탁회사가 같이 참여하는 구조로 리스크가 분산되고 다양한 금융권과 산업권 등 이종사업체 간의 참여로 객관적인 사업성 검토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PF 금리가 일반 기업대출보다 높고 추가 취급수수료 수입도 많아 높은 수익률도 제공해 줬다.
하지만 국내 PF의 대부분이 안전자산 위주로 경영하다 보니 담보력이 높은 부동사 PF로 치우친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부동산투자에 따른 PF 비중이 3%인 것과는 달리 국내의 경우 90% 이상이 부동산PF에 투자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및 농협 등 16개 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는 지난 8월 말 기준 36조8659억원이었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및 산업자본 PF는 3조5168억원에 불과해 10분의 1 수준도 안 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동산PF는 짧으면 2∼3년, 길어야 5년 안에 자금회수가 가능하지만 SOC PF는 최소 15∼20년 걸린다”고 말했다.
■PF 다변화 시대
PF는 대규모 복합개발이나 SOC에 투자되는 만큼 자본력이 높은 은행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은행들은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주상복합 등 뿐만 아니라 철도, 도로, 항만 등 SOC와 발전소, 물류, 관광개발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PF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은행은 총사업비 25조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개발사업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여기에 푸르덴셜, 삼성생명 등도 합류했다. 농협도 경기 파주운정지구 개발사업에 금융주간사로 참여해 234억원을 출자하고 총 8000억원 규모의 PF금융주간사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의 4차 파이낸싱을 체결해 총 금액의 60%가량인 1조5000억원을 3년 거치, 4년 상환조건으로 공급하는 등 은행들은 대규모 부동산 PF공모에 적극적인 자세다.
산업은행은 최근까지 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서울 외곽 고속도로 및 발전사업,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을 추진해 SOC PF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발전, 물류(공항, 항만 등), 도로, 터널, 철도, 환경 산업 등에도 PF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국내 PF사업 금융주선 및 시장현황’을 살펴보면 SOC 시장 규모가2006년 4조21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8조815억원으로 큰 성장세를 보였다.
■ 해외선 M&A, 자원개발 PF ‘활발’
수출입은행은 국내 사업체의 해외 PF활용시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SOC PF나 인수합병(M&A) PF, 자원개발 PF 등의 다변화된 PF 실적을 가지고 있다. 과거 발전소 설비나 석유화학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광산개발, 탄광, 액화천연가스(LNG) 등 자원개발이 PF의 주된 재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특히 과거 남미 위주의 PF 지원이 최근에는 중동, 동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 골고루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주로 발전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동남아시아, 서남아 국가가 많고 담수발전 프로젝트 및 석유화학프로젝트도 중동이 많다”고 설명했다. PF 다변화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2006년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PF실적이 7억달러였고 지난해에는 17억달러에 달해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북한 개발에 대한 PF지원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협력기금’이 따로 있어 북한 개발을 지원하겠지만 금융체계가 잡혀 있지 않고 체제가 우리와 달라 투자에 대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어 PF를 통한 지원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powerzanic@fnnews.com 안대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