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냉동창고 유독가스 순식간 퍼져 아비규환

      2008.01.07 22:23   수정 : 2014.11.07 15:59기사원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창고인 ‘코리아2000’ 화재 현장 주변은 한 마디로 전쟁터 같았다.

사고 발생 수시간이 지나 밤이 됐는데도 화재현장 주변은 유독 가스와 검은 연기로 뒤덮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또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소방차 등의 경음과 구조대원들의 함성이 뒤섞여 마치 전장에 서 있는 듯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진화된 후에도 냉동창고는 시커먼 연기기둥에 뒤덮인 채 메케한 유독가스를 뿜어내 구조대원들의 구조활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냉동창고의 주 출입문에서는 유독가스를 포함한 검은 연기가 밖으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와 외부에서는 창고 내부를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방염복을 입은 채 건물 진입을 시도하려는 소방관들은 출입문을 바라보며 연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였다.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온 회사 관계자, 실종자 가족들도 화재현장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오열해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화재현장 안에 차 있는 연기를 빼내기 위해 소방당국은 창고 천장에 직경 5m가량의 구멍 10여개를 뚫고 기다렸다.
하지만 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온 연기는 사고 현장에서 500여m가 넘는 42번 국도변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또 연기 속에 포함되어 있던 검은 분진이 화재현장 인근 식당 유리창과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유리창에 내려앉아 시커멓게 덮었고 현장을 가득 메운 소방관들과 취재진 등이 쓴 흰색 마스크가 금세 검은색으로 변했다.

화재 직후 이천시는 인근 마을 주민 30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소방당국도 간헐적으로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구조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천장에 뚫은 구멍을 통해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한 약품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방당국과 경찰은 사고 현장주변에 대형 조명을 설치하고 야간 구조작업을 벌였다.

구조작업에 나선 한 소방대원은 “지하 창고 내부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방대원도 “창고 안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어 소방관들이 창고 안에서 30분 이상 수색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구조대원들이 교대로 사고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화재로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던 중국동포 부부가 동시에 사고를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병원으로 후송된 중국동포 임춘원씨(44·여)는 얼굴에 3도 화상, 몸 전체에 35%의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남편 이승복씨는 현재 실종돼 사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온 임씨의 조카들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자신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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