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제작자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2008.01.17 16:22   수정 : 2014.11.07 14:56기사원문


‘오늘은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지?’

‘잠은 또 어디서 자야하나?’

어느 노숙자의 고민이 아니다.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 유명 뮤지컬 레퍼토리를 꽉 잡고 있는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젊은날 이야기다.

연극이 좋아 대학로를 전전하다 스물셋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그만뒀다. 한때 배우로도 활약했지만 ‘배우로 성공할 타입’이 아니란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조연출 생활. 스물일곱살부터 장장 9년간이나 춥고 고달픈 삶을 살았다.

매일같이 숙식을 걱정해야하는 날들이었지만 이는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각오했던 점이다. 황학동 시장에 소품을 사러다니고 저녁엔 표를 팔고 밤엔 포스터를 붙이는 날들의 연속.

삼십대 중반까지도 사무실과 극장을 전전했지만 용케도 결혼엔 성공했다. 생활비 한푼 벌어다 줄 수 없는 ‘못난 남자’가 장가간 비결이 뭐냐고 묻자 ‘지금쯤 집사람은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어 넘긴다.

갖은 고생을 자처한 덕에 맷집도 남다르다. 지난해 차범석의 ‘산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댄싱 섀도우’가 흥행에 참패했을 때가 좋은 예다. ‘댄싱 섀도우’는 무려 25억의 적자를 기록했고 사람들은 그의 오기와 고집을 깎아내렸다.

“아주 쫄딱 말아먹었습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흥행할 거란 기대도 별로 안한거 같아요. 그냥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던 거지요.”

한때는 이 작품에 미련이 남아 다시 한번 도전할 생각도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극장용으로 각색해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그다. 하지만 이젠 생각을 바꾸었다. 또 다른 창작물에 힘을 쏟기로 한거다.

“대형, 중형, 소형 모두 세편을 준비중인데 아직 공연장을 정하진 못해서 제목을 말하긴 힘들어요. 만약 대관만 된다면 당장이라도 연습해서 올릴 정도로 완성이 돼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그가 창작물에 힘을 쏟을 수 있는건 샤롯데 극장에서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맘마미아’와 지난 연말 큰 인기를 얻은 ‘헤어스프레이’같은 작품이 있어서다. 또 지난해 최정원, 배해선, 옥주현이 뭉쳐 흥행을 이끈 뮤지컬 ‘시카고’도 오는 7월 다시 한번 무대를 달군다. 멤버도 지난해 그대로 갈 생각이다.

‘세 작품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그동안 진 빚을 갚고도 남지 않겠냐’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수익보다 중요한게 있다며 덧붙인다.

“요즘처럼 자본이 뮤지컬에 몰리는 때에 잊기 쉬운 게 ‘정신’입니다. 이 바닥에선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론 오래 못 버텨요. 이번에 잘되면 다음에 까먹는 게 생리니까요. 돈만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잃을까봐 두려워서 노심초사죠.”

한창 창작뮤지컬에 몰두하던 그가 요즘 뼈저리게 깨닫는 건 ‘부족한 인력’이다.
작가나 작곡가를 비롯해 모든 스텝들이 한정돼 있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가장 큰 약점이다.

“무용, 클래식, 연극 등 순수예술이 바탕이 되야 뮤지컬도 발전하죠. 그런 의미에서 전 연극판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지난해 2700명의 연극인이 등록돼있는 서울 연극협회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뮤지컬 제작 업무로도 하루가 바쁜 그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대학로에 위치한 연극협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저같은 제작자를 대표로 선출한 건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처럼 대학로에 연극붐이 일어나도록 아이디어를 짜내야지요. 많은 젊은이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탕이 되야 종합예술인 뮤지컬도 득을 보지요.”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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