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무너진 600년 역사, 악순환 후진국형 사고 언제까지

      2008.02.11 15:19   수정 : 2014.11.07 13:15기사원문

표꺼리

2006년 5월- 수원 서장대 방화- 피해 측정불가

2007년 2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참사- 피해 사망10명 부상18명

2007년 12월- 태안기름유출 사고- 피해 4000억원 이상

2008년 1월- 이천 화재 참사- 피해 노동자 40명 사망

2008년 2월- 국보1호 숭례문 전소- 피해 측정불가

무너진 600년 역사, 후진국형 사고 악순환 왜?

설 연휴 마지막날인 10일 저녁 8시40분께 발화된 숭례문 화재가 5시간만인 11일 새벽 2시께 붕괴됐다. 우리 사회 뿌리깊은 안전 불감증과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부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상 최악의 인사사고였던 서해훼리호 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지적됐던 바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훌쩍 넘어버린 오늘까지도 우리사회의 안전과 위기관리 문제는 상존하고있다.

■ 대형사고 매뉴얼 부재- 지휘체계 혼선

숭례문 화재 현장에 발화 30분 후인 오후 9시께 도착한 황평우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소방당국에 “습기에 약한 목조건물은 지을 때부터 방수에 신경을 쓴다”며 “기왓장을 뜯어내지 않으면 내부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소방 당국의 지휘체계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길가는 행인들이 소방관을 붙들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래서 문화재위원의 의견이 상부에 전달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행인들과 소방대원, 문화재위원이 뒤섞여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현장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화재 발생 2시간 가까운 10시 반이 돼서야 소방차 40대 이상 출동을 규정한 화재비상 3호가 발동됐다.

정정기 소방재난본부장(3호 비상시 현장 지휘관)이 화재 직후 현장에 당도했지만 현장은 수시간 째 방재라인조차 쳐지지 않았다.

최초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8시 50분께였다. 즉각적인 출동이었던 셈.

그러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의 부재,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지휘체계의 상황 오판은 충분히 이른에 현장에 당도하고도 숭례문 붕괴를 뻔히 지켜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고질 돼버린 ‘안전 불감증’

숭례문 화재 당시 근무자가 없었으며 숭례문 앞에 설치된 CCTV 카메라의 감시 방향도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숭례문은 문화재보호법상 관한 기초자치단체인 중구청이 관리단체로 지정돼 있으나 화재당일인 오후 8시 이후에는 근무자가 없었던 것.

뿐만 아니라 숭례문 앞 CCTV 카메라 4대 중 1대는 후문을, 1대는 안쪽을, 나머지 2대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 방화 용의자가 이용했을 계단이나 불이 붙기 쉬운 목재 누각은 사실상 감시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2004년 실시한 숭례문 ‘방염도포’ 작업에서 문화재 훼손우려 및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단청이 있는 상부를 제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도포작업에서 제외됐던 부분은 10일 화재 당시 연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과 같은 지붕 아래 부분.

1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목조건축물인 숭례문은 6년마다 한 차례씩 '다이메폭스3'라는 방염제로 건물 전체를 도포해왔으며 지난 2004년 하반기에 마지막 도포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1992년과 1998년에는 숭례문 전체를 방염제 도포처리한 반면 2004년에는 단청 부분의 백화현상을 우려해 상부는 도포에서 제외한 채 바닥과 기둥에만 도포작업을했다는 것이다.

■사회불만세력 소행?재발방지책 시급

전 국립방재교육연구원 방재연구소장 노삼규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방화와 같은 소프트 테러(연성테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 교수는 “소프트 테러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에 있다”며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양분이 사회불만세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민 의식이 많이 발전해 시민들의 신고정신도 많이 두터워졌지만 그보다는 항존하는 사회 위험인 못가진 사람들에 대한 복지가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원대 소방방재학과 백동현 교수는 “화재는 매우 다양한 원인들이 중첩이 돼 발생한다”며 “일차적인 책임은 불을 지른 사람에게 있을 것이나 이밖에 시민들의 화재안전의식, 방재청과 문화재청의 초기대응 등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이어 “지난번 낙산사 화재 때 수막설비가 필요하다해서 작업중이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표류했다”며 관련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은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 처럼 보도됐지만 불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선조치권’”이라고 강조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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