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판결 불만에 불질렀다”

지난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을 불태운 범인은 한 차례 문화재 방화전력이 있는 70대 노인으로 토지 보상비 및 방화 관련 처벌 등에 대한 불만으로 치밀한 준비 끝에 범행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수백년 역사가 숨쉬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잿더미로 변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숭례문 복원에 국민적 여망을 담아 국론결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2일 남대문경찰서 대강당에서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채모씨(70)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1997∼1998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관계기관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적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지난 2006년 4월 창경궁에 이어 지난 10일 숭례문까지 방화한 혐의다.

특히 채씨는 열차 전복 등 대중교통수단을 대상으로 한 테러도 고려했으나 인명피해를 우려해 포기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채씨는 2006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서 불을 지른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씨는 경찰에서 “보상 문제와 창경궁 문정전 방화 사건으로 추징금을 선고받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범 유무와 추가 혐의 여부에 대한 보강 조사를 마친 뒤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날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남대문서로 이송된 채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께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e-mail] 박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