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든다˝ 아무 데나 해코지..불만관리 시스템 시급

      2008.02.13 15:30   수정 : 2014.11.07 13:03기사원문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 2007년 판사 석궁 피습, 2008년 숭례문 방화.

우리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들 사건은 모두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만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사례다.

숭례문 참화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불만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숭례문 방화 용의자 채모씨(70)는 ‘토지보상금 불만’과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 때문에 방화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토지 보상과 관련한 제도적인 문제와 별개로 법과 원칙을 강요할 뿐 당사자를 납득시키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경찰대학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채씨의 범죄는 절차적 공정성이 무시됐을 때 개인의 분노가 어떤 사회적 비용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개인의 사연을 들어 줄 수 있는 채널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 표창원 교수는 “모든 억울한 사람들이 채씨처럼 방화를 결심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 이헌 변호사는 “일부이긴 하지만 공권력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자체를 피해의식으로 생각하고 반사회적인 의식 및 행동을 너무 지나칠 정도로 표현하고 있다”며 “이는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됐음에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성진 박사는 “숭례문 방화나 석궁테러 등 범죄행위는 기본적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고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각종 제도나 법 규정이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제정돼야 이 같은 범죄행위가 줄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각 행정부처와 검찰 및 법원에 민원처리창구(public complaints)가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 지자체에서 옴부즈만 위원회를 구성할 때 다수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해 공무원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최대한 민원인들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1974년 옴부즈만법이 제정된 이래 한해 3만8000건, 은행, 개인건강보험, 에너지·물 옴부즈만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만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설치됐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당국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석궁 피습과 숭례문 방화사건의 한 빌미가 된 법원 판결과 관련, 지난해 옴부즈만 제도 확장 논의에서 검찰과 법원은 자정을 통해 가능하다며 참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검찰의 재정신청 처분 범위가 확장됐지만 채씨의 경우처럼 고령의 노인들이 모든 제도와 절차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법원은 3년 전부터 민사사건의 경우 구술주의를 채택, 당사자에게 자기 변론 시간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시간과 공간, 인력의 제약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의지는 강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pio@fnnews.com박인옥 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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