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급등..CJ제일제당 소재제분팀 ‘24시간’

      2008.03.03 16:32   수정 : 2014.11.07 11:54기사원문


지난달 29일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5가 CJ제일제당 본사. CJ제일제당의 밀 구매부서인 소재제분팀이 위치한 10층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아침 8시 출근하자마자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시황을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켠 박경용 팀장을 포함한 4명의 소재제분팀 구성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날 시카고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밀 가격이 장중 11%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인 부셸당(약 27.2㎏) 13.495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밀을 구매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다”면서 “한달에 3∼4번은 구매를 해야 되는데 갑작스러운 급등세로 구매시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팀원들은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갑갑한 마음에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다.

국제 밀시세가 급등하면서 시카고선물거래소 등에서의 구매 타이밍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20여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3개월 선물로 구매를 결정하는데 그 사이 가격이 내려간다면 회사는 두배의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시장이 예측 가능하고 방향성이 있다면 일정 가격대를 정해놓고 구매를 결정한다”면서 “그렇지만 지금처럼 오르기만 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대비가 힘들어 관망만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기존에는 미국 50%, 호주 45%, 캐나다 5%의 비율로 수입했지만 호주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미국의 비중이 60%로 올라 구매선 다양화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1년동안 구매하는 밀의 양은 약 50만t. 우리나라가 1년에 수입하는 양인 약 200만t의 25%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이 구매한 밀의 평균가격은 t당 300달러선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거래가격이 t당 440달러를 넘어섰으니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낮 12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박 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모니터를 주의깊게 살폈다. 이날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추가 구매가격 결정.

20일전 구매한 소요물량보다 10∼20%정도 추가수요가 생겼는 데 이럴땐 선물거래가 아닌 현물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순간의 선택으로 수억원의 금액이 왔다갔다 하게 된다.

오후 6시. 공식적인 일과는 마쳤지만 박 팀장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다음날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시세 전망을 짚어보고 현지 지점의 직원과 대처 요령을 정리해야 한다.

그는 “몇 시에 퇴근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에 불과할 뿐 밤 11∼12시까지 시세를 관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현지의 거래소시장 개장시간에 맞춰 퇴근 후에도 집에서 현지 시장상황을 모니터하는 경우도 많다”고 멋쩍은 웃음을 띠었다.

밤 10시30분. 박팀장은 평소보다 이른(?) 퇴근을 준비했다. 국제 밀가격 이상 증상의 덕을 보는 셈이다.


그는 올해 밀 가격 전망에 대해 “30년 동안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선물에 종사하신 분도 가격전망을 내놓길 꺼려할 정도”라면서 “국제 밀가격의 상승세가 최소한 5개월 이상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팀장은 “거래전망이 잘못 이루어지면 매매손실뿐 아니라 보관료 등 두배의 손실을 입는다”면서 “해외시장 동향, 대체 작물의 작황 등을 실시간으로 챙겨야 하는 긴장의 연속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hongsc@fnnews.com홍석천기자

■사진설명=원재료 수매를 담당하는 CJ제일제당 소재제분팀 고재철 과장과 팀원들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시카고선물거래소 밀 가격 그래프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