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데이콤,콘텐츠수 적어도 프리미엄!” 박종응 사장
2008.03.06 22:25
수정 : 2014.11.07 11:40기사원문
LG데이콤 박종응 사장(59·사진)의 좌우명이다. ‘처변불경’은 장제스가 지난 1949년 마우쩌둥에 밀려 대만으로 떠나면서 했던 말이다. ‘처지가 갑자기 변하더라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난달 중순 사내 청년이사회인 주니어보드 직원들과 대화시간에 박 사장은 이 좌우명을 불쑥 꺼냈다. 이날 박 사장은 젊은 직원들에게 “외부 상황이 불리하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며 “고객은 고품질, 저가격의 서비스를 선택하게 마련이며 우리는 이런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 말엔 박 사장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인터넷TV(IPTV) 사업이다. 인터넷전화(myLG070)는 30만명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순항 중이지만 IPTV ‘myLGtv’는 세상에 내놓은 지 두달이 넘었는 데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가입자는 6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박 사장은 매일 아침 출근하면 ‘myLGtv’를 켠다. 박 사장은 ‘myLGtv’ 콘텐츠가 어떤게 추가됐는지, 고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매일 매일 모니터링 한다. 그리고는 수시로 IPTV사업팀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안한다. 7일부터 서비스하는 ‘고화질(HD)콘텐츠만 모아놓은 HD전용관’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박 사장에게서 나왔다.
LG데이콤은 지난해 12월 업계에서 가장 늦게 IPTV 사업을 시작했다. 수 차례 개선하고 보완하다 출시시기가 늦어진 것이다. 출발이 늦은 만큼 상황은 아주 불리하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 ‘양대 공룡’과 아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KT의 ‘메가TV’보다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IPTV 기반이 되는 초고속인터넷(LG파워콤) 가입자도 170만명으로 가장 적다. 그렇다고 KT와 하나로텔레콤처럼 대대적인 할인·무료판촉 마케팅도 쉽지않은 일이다.
이에 박 사장이 고안해 낸 건 ‘프리미엄 전략’이다. “관심도 없는 콘텐츠는 다 빼라. 콘텐츠 수가 적더라도 고객들이 보고싶어 하는 걸로 채우라”고 IPTV사업팀에 지시했다. ‘myLGtv’의 HD 콘텐츠 전용관 ‘HD 갤러리’는 7일 오픈한다. 최대 약점인 콘텐츠는 상반기 안에 2만여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요금이 저렴한 myLG070과 묶은 결합상품(TPS)으로 나간다면 타사업자보다 가격 경쟁력에 앞선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하지만 올해 모을 가입자 수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올해 20만명을 확보하는데 실제 100% 유료가입자만 모으자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데이콤의 IPTV사업은 난관이 많다. 또 ‘프리미엄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날로 치솟는 콘텐츠 수급비용도 부담이다. 가입자가 적을수록 수급비용은 비싸질 게 뻔하다. 여기에 IPTV의 수익모델인 광고 및 T-커머스 등 양방향 서비스도 열세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