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수 없는 약속 “가격 동결”

      2008.06.17 01:37   수정 : 2014.11.07 01:40기사원문
#지난해 10월 16일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상품운영 전략을 변경, 상품 판매가격을 최대 40%가량 낮추겠다"고 '가격혁명'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월 '365 상품'을 선보이면서 "1년간 가격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365 상품' 중 '해표 쌀엿'(29.7%),'오뚜기 참치 365 기획제품'(16.7%), '이마트 맛승부 라면'(6.4%)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평소 "서민들이 주로 먹는 빵값은 올리면 안 된다"며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판매가를 지난 14년간 동결해 왔다. 하지만 밀가루값 폭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이 방침을 철회하고 지난 2월 케로로빵, 짱구빵 등 브랜드빵을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96년 즉석밥 '햇반'을 출시하면서 "밥맛 좋기로 유명한 경기미인 '추청'을 사용했으며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벼를 사용, 밥맛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햇반'은 경기미 외에 충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추청' 품목의 쌀로 생산되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 때문에 고객과 한 약속이나 경영방침이 흔들리면서 기업이 본의 아니게(?) 거짓말쟁이가 되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할인점 '빅3'는 지난해 말 독자브랜드(PB) 공급을 확대하거나 기존 PB의 판매가격을 낮춰 장바구니 물가를 잡겠다는 이른바 '가격혁명'을 선언했다.


특히 이마트는 고물가를 잡는 '선봉'에 서면서 가격혁명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동참을 유도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 PB상품의 가격 인상폭이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할인점 3사가 고객과 한 약속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깨진 셈이다.

이마트는 올 들어 자체라벨(PL) 상품인 '이마트 맛승부 라면'의 가격을 6.4% 인상한 데 이어 연중 가격을 고정시키겠다던 '365 상품' 중 상당수를 15∼30% 인상했다. 롯데마트도 최근 PB인 '와이즐렉' 제품의 가격을 상당수 인상했다. '와이즐렉 식용유' 가격을 40% 인상한 것을 비롯, '와이즐렉 내몸캔디'와 '내몸사랑 유기농 두부' 등 일부 PB 제품 가격이 15%가량 인상됐다. 지난 2월 600여개 PB 상품의 가격을 내린다고 선언한 홈플러스 역시 600여개 중 두부, 과자 등 일부 PB 상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수십년간 이어 온 경영방침까지 바꾸고 있다. SPC그룹의 삼립은 밀가루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가인상 압박을 못 이겨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월 브랜드빵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2차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이 14년간 고수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판매가 동결'이라는 경영방침이 깨진 셈이다.


원료를 교체한 경우도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1996년 출시 이후 밥맛 좋기로 유명한 경기미만 사용했으나 2006년부터는 경기미의 수급 영향으로 충북 진천쌀을 함께 사용하면서 경기미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등으로 가격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단가를 떨어뜨리려면 제품의 질을 낮춰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며 "이에 따라 수년간 고집했던 경영방침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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