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짜리 동전의 ‘부활’
2008.11.03 21:43
수정 : 2008.11.03 21:43기사원문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마포까지 택시를 타고 간 직장인 김석민씨(35)는 3000원을 낸 뒤 400원을 거슬러 받았다. 한달 전만 해도 거스름돈을 준비하는 기사 아저씨에게 “됐습니다. 수고하세요”라며 내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스름돈을 꼭 챙기고 있다. 김씨는 “거스름돈 몇 백원만 안 받으면 기사 아저씨도 ‘고맙다’며 감사의 표시를 한다”며 “몇 백원으로 서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어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몇 백원이라도 아끼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스름돈을 받아 가는 손님이 늘면서 택시 운전자의 경우 100원짜리가 많이 필요하게 됐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택시비로 100원짜리를 내는 손님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자 이정환씨(50)는 “한달 전만 해도 은행에서 100원짜리 100개씩을 매일 바꿨으나 고객들이 100원짜리로 많이 요금을 지불하고 있어 최근에는 이틀에 한번꼴로 바꾸면 된다”고 전했다.
경기불황에 이어 소비심리 위축이 확대되면서 100원짜리 동전이 부활하고 있다. 돼지저금통이나 책상 서랍에 갇혀 있던 100원짜리 동전의 둥지가 시장으로 나오기 직전인 주머니나 지갑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100원짜리 동전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기를 얻지 못했다.
어른들에게 100원짜리 동전은 가지고 다니면 주머니만 무거워지기 때문에 대접을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동전 거스름돈을 아예 받지 않거나 카드 결제를 해 동전을 받을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설사 동전이 생기더라도 사무실 서랍에 넣어 놓거나 돼지저금통행이 되기 일쑤였다.
100원짜리 동전은 아이들에게도 외면대상이다. 100원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별로 없는 데다 저축도 대부분 통장에 1000원 단위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가계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갇혀 있던 100원짜리 동전이 화폐 본래의 기능을 되찾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교 앞 문구점이나 주부들이 주로 찾는 동네 슈퍼는 100원짜리 동전이 넘쳐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영미씨(38)는 “동전을 들고 학용품을 사러 오는 어린이가 부쩍 늘었다”며 “과거에는 부모가 100원짜리보다는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는 1000원짜리를 아이들에게 주었는데 최근에는 100원짜리 몇 개씩을 꼼꼼히 챙겨 보낸다”고 말했다.
100원짜리 동전의 부활은 동전 품귀 해소를 통한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범국민동전교환 운동’을 벌인 결과 100원짜리 1억3557만개가 확보됐다.
지난달 한국조폐공사가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0원짜리 동전을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개당 138.95원으로 동전 교환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도 188억원을 넘는다.
/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