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M&A 장기표류 가능성 높아
2008.12.02 19:11
수정 : 2008.12.02 19:11기사원문
쌍용건설 매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동국제강이 2일 이사회에서 최소 1년간 쌍용건설 인수건을 유예해 달라고 채권단 대표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어서다.
캠코 관계자는 2일 “동국제강이 요구한 것처럼 인수합병(M&A)을 진행하다가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1년간 유예한 전례는 없다”면서 “(동국제강의 사정을 봐가면서) 쌍용건설의 매각 작업을 1년 이상 중지시켜 달라는 요구인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캠코, 동국제강 유예안 “수용 어렵다”
캠코는 M&A를 진행하다 상황이 어렵다고 1년 이상 사업추진을 연기하는 것은 비상식적 요구라는 반응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얼마든지 좋은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최소 1년 이상 동국제강만 바라보고 있으라는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캠코가 동국제강의 1년 유예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특혜 의혹 등 온갖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어 사실상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M&A는 끝이 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채권단의 매각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해 지난 7월 동국제강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는 등의 과정으로 진행돼온 1년5개월여간의 쌍용건설 매각 작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입찰에 참여하면서 냈던 입찰보증금 231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쌍용건설 경영권 안정 시급
쌍용건설 M&A 추진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이 회사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던 계획도 일단 중단됐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전체 지분 24.72%에 해당하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종업원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해 놓은 상태였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M&A 불발로 회사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각종 악성 루머에 휩쓸릴까 우려된다”면서 “또다시 매각 수순을 밟으면서 경영권 불확실성에 따라 국내외 수주와 영업 등에서 유무형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건설이 더 이상 표류하지 않도록 캠코가 조속한 매각 추진 수순을 밝히거나 장기간 매각 중단 등의 입장을 표명해 회사가 더 이상 불확실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쌍용건설 M&A 장기간 표류 가능성 높아
업계는 쌍용건설 M&A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건설 경기가 최악이고 바닥으로 떨어진 주가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한 만큼 쌍용건설이 단기간에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봤자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시가총액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재입찰을 서둘러 진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최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일정기간이 지나야 재입찰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용건설 매각 무산은 현대건설 등 추진 중인 다른 건설사 M&A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등도 시장상황이 불안하고 주가하락이 우려돼 이 회사 매각을 내년 이후로 넘긴 상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대주단 가입, 연쇄부도설 등으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 사정상 건설사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을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 건설사 M&A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