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탈피 IT가 답이다/김창곤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각국의 몸부림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일자리 창출 및 경기 부양을 위해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신 뉴딜’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고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도 올해 예산에 추가로 4조6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반영해 일자리 창출 및 지방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와 미국의 정책엔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핵심정책 수단으로서 정보기술(IT)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모든 국민이 온라인에 접속해 정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즉 광활한 미국 전역에 브로드밴드 및 무선인터넷 구축사업으로 경제 부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또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최고기술담당관(CTO)을 임명해 미국 IT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IT에 기반한 ‘21세기형 신뉴딜 정책’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 우리 정부의 뉴딜정책에는 그러한 노력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은 IT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돼 왔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그동안 IT 정책을 총괄해왔던 정보통신부가 사라지고 각 부처로 업무가 이관된 지 1년이 되어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분투하고 있으나 지식경제부나 행정안전부 그리고 문화관광체육부에서는 IT정책 영역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융합화라는 명분 아래 IT 본래의 기능과 조직이 사라지고 예산도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정보화 예산은 1052억원으로 지난해 1450억원에 비해 27%나 줄어들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전자정부 사업은 신규 사업 예산이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경제 연구기관인 EIU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정보기술 경쟁력지수에서 64.1점을 얻어 조사대상 66개국 중 지난 2007년 3위에서 8위로 5단계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IT 분야 연구개발 예산도 대폭 삭감돼 우리나라 정보기술 경쟁력은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존 사업과 IT를 융합한 ‘뉴IT 정책’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과제다. 하지만 융합정책은 IT 자체의 대외 경쟁력이 먼저 확보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난 십 수 년 간 IT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IT 산업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율은 40%를 넘고 있으며 우리나라 수출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또한 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은 0.9명에 그친 반면에 IT 서비스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6.4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매우 큰 것이다.
우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로 경제를 회생시켰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더욱이 IT 산업은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런데도 IT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계속 멀어지고 융합만을 강조한다면 과연 5년 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은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미국이 국가 경제 위기상황에서 특별히 IT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정부도 지금이라도 IT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고하고 정부조직, 예산, IT 산업 진흥 전반에 걸쳐 정책방향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기 바란다.
만약 우리에게 5년이 잃어버린 IT의 시대가 된다면 수십 년 공들여 쌓아온 IT 강국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