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출’ 돌파구 없나/김홍재 정치경제부 차장
2009.01.09 15:24
수정 : 2009.01.12 15:24기사원문
“수출만이 살 길이다.”
과거 70∼80년대 경제개발 시대의 구호가 아니다. 실물경제 주무부처 수장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새해 시무식에서 올해 업무 중 최우선 순위로 제시한 목표다. 그만큼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 하느냐, 못 하느냐에 우리 경제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수출은 그동안 위기에서 우리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외환위기(IMF) 직전인 지난 1996년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206억24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97년에도 84억5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2007년까지 10년 동안 흑자를 기록하며 IMF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역수지가 13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상반기에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한 고유가와 하반기에 터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요 수출업종의 생산 감소로 이어져 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함께 일자리 감축 등 고용 불안으로 연결됐다.
실제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쌍용자동차의 경우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9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노조에 2000명의 감원을 요구했지만 노조가 반대하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노조와 순환휴직을 통한 평균임금 50% 삭감, 향후 2년간 10∼30%의 임금삭감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수출 여건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연초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31일 배럴당 36.45달러까지 급락했으나 중동 불안으로 올들어 지난 2일 42.88달러로 상승한 뒤 7일에는 50.25달러로 50달러를 돌파했다. 정부가 올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전제로 수출 4500억달러 달성과 3% 성장률을 목표로 세웠기 때문에 두바이유가 60달러를 돌파할 경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선진국은 물론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점도 수출 전선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1.9%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제 회복이 관건이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32.9%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는 32.3% 줄어드는 등 30% 이상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부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11월에 마이너스 수출을 기록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19.8%)과 유럽연합(-44.1) 등에서도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돌파 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대중국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선 올해 4조 위안(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이뤄지는 건설, 사회간접자본(SOC) 등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와 관련, 지경부가 이달부터 ‘대중 비상수출대책반’을 구성하고 내수시장 공략 등 대중국 수출선 유지를 위해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울러 중국뿐 아니라 지난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건설, 플랜트, 정보기술(IT) 등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동과 글로벌 경제위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남미 국가 등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또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신뉴딜정책으로 추진되는 ‘녹색산업’을 새로운 수출 목표로 잡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