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불완전판매는 가라
2009.01.27 17:16
수정 : 2009.01.27 17:16기사원문
#기존에 펀드를 판매했던 882개 리테일 영업점과 출장소 중 114곳에서는 아예 펀드를 가입할 수 없다. 이들 지점이나 출장소의 경우 1∼2명의 인력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펀드전문 상담사 역할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펀드 판매 가능점이라 해도 이제 펀드 관련 상담이나 가입은 VIP코너 또는 펀드투자상담창구에서만 할 수 있다. 창구는 엄격한 자격요건을 갖춘 투자상담 전문직원들이 담당하며 이들 이외의 직원은 펀드 가입을 위한 전산 입력이 아예 막혀 있다. 특히 일반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은 일부 대형 영업점에서만 판매하게 된다.
다음 달 2일 신한은행에서 시행될 예정인 ‘투자상품 판매채널 개선방안’은 이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겹겹이 보호망을 쳐놓았다.
다음 달 4일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더 강화된 투자자 보호다. 펀드 하나를 가입하는 데도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등을 적용, 투자자 보호장치를 제도화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표준투자권유준칙이 세워졌고 판매사들과 감독당국이 자통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완전판매가 가능해지려면 판매사뿐 아니라 감독당국은 물론 투자자들의 노력이 다같이 어우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통법 이후 펀드판매는
자통법 이후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단 투자자 정보가 확인돼야 한다. 연령이나 투자경험 등에 따라 투자자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은 권유할 수 없다. 금융투자상품은 △초고위험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무위험 등으로 나뉘며 해당 세부상품은 아직 논의 중이다.
고객이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도 기존에는 한번의 서명으로 끝난 데 반해 구조나 위험도, 수수료는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이런 절차와 규제들이 잘 지켜지도록 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핑’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실제 판매현장에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나는지 손님을 가장, 판매창구를 방문하는 것이다. 또 판매사 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한 사실이 3회 이상 적발되면 판매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등 ‘3진아웃제’가 적용된다.
■펀드판매 시스템 전면 정비
지난해 펀드 불완전판매 시비로 맘고생을 해야 했던 판매사들은 자통법 시행을 계기로 펀드판매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분쟁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아닌 판매사가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판매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분쟁의 싹을 자르겠다는 태세다.
펀드판매 잔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전담교육팀을 구성해 연수를 실시하는 것을 비롯, 신한은행은 영업점-창구-직원의 세 측면에서 모두 전문성이 있는 경우에만 펀드판매가 가능토록 했다.
또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지금까지 펀드와 관련해서는 ‘판매’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펀드클리닉이나 리포트 등을 통한 ‘사후 관리’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완전판매 다른 축은 ‘고객’
이렇게 펀드판매사들이 만전의 대책을 기하고 있으니 지난해 줄소송으로 이어졌던 펀드 불완전 판매가 완전히 사라질까.
투자자 성향을 파악하고 펀드 구조를 설명하는 등 표준매뉴얼대로 따라해 보면 가입하는 데만 최소한 30∼40분은 걸린다. 펀드 하나를 가입하는 데 길게는 한 시간이 걸린다면 영업직원들의 수고는 차치하고라도 일반고객들이 잘 따라줄까 의문점이 생긴다.
판매사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됨은 물론 영업실적이 악화될 것을 감수하면서라도 절차는 지켜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지점 현장에서 걱정하는 것은 영업실적보다 길고 긴 설명에 지쳐 항의할 고객들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실 판매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항의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아무리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더라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자통법 시대 투자자 보호는 누가 해주기보다 투자자 스스로 자기방어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완전판매가 아니라 완전봉쇄될 수도
엄격한 투자자 보호도 좋겠지만 업계의 우려는 이러다 펀드시장이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지다. 자통법 시행 이후 ‘완전판매’를 빙자해 일반투자자들의 다양한 투자가 ‘완전’히 봉쇄되어 버릴 수도 있는 일.
자통법 시행 이후 모든 절차가 차질없이 시행될 경우 펀드판매 자체는 완전판매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처럼 펀드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제는 판매사도 감독당국도 자유롭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좀 다르다. 자통법으로 날씨나 복합상품까지 투자대상은 더 다양화된다는데 연령이나 투자경험 등을 이유로 막상 기존보다 더 투자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 보호해주겠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또 파생펀드나 부동산펀드의 경우 별도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만 판매할 수 있다. 만약 이들 직원이 없는 지역의 거주자라면 해당 펀드 투자 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밖에 없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