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지갑 시대 ‘활짝’

      2009.01.28 17:01   수정 : 2009.01.28 17:01기사원문


“아직도 지갑을 들고다니니? 난 휴대폰으로 다 해결한다!”

3∼4장의 신용카드, 교통카드, 사원카드, 짤랑거리는 동전까지 들어있는 두꺼운 지갑을 들고다니면 이제 쉰∼세대다. 휴대폰 하나면 음식값 결제, 버스나 지하철 요금내기는 물론 출근할 때 사원증으로도 제시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이나 현금자동입출기(ATM)에서 계좌이체, 현금인출 같은 은행업무도 뚝딱 해치울 수 있다. 해외에 나가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휴대폰은 완벽하게 ‘모바일지갑’으로 진화한 셈.

■엄지손톱만한 금융칩, 모바일지갑의 핵심

휴대폰이 ‘모바일지갑’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은 엄지손톱만한 금융칩 덕분이다. SK텔레콤이나 KTF의 3세대 이동전화에는 모두 범용가입자인증칩(USIM)이 들어있다.
그러나 금융거래를 하려면 휴대폰을 살 때 이동전화 대리점에서 금융기능이 있는 USIM칩을 구입해야 한다. LG텔레콤용 휴대폰에는 USIM칩이 없는 휴대폰이 많다. 따라서 금융칩 기능이 포함된 휴대폰을 가려서 구입해야 한다. 금융칩이 있는 휴대폰을 구입했다면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려받는다. 마지막으로 거래은행과 증권사, 신용카드회사에 가서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하면 모바일족(族)이 된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금융서비스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서비스여서 서비스 종류에 따라 월 800∼1000원의 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된다. 또 무선인터넷 데이터통화료가 부과되기도 하므로 미리 체크하고 사용해야 한다.

■신용카드 결제는 기본…자녀 용돈까지 준다

‘모바일지갑’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하는 건 이제 기본이다. 대형 마트나 유명 음식점들을 포함해 전국 13만5000여개 점포가 휴대폰 결제기계를 갖추고 있어 휴대폰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동통신회사들이 여러 신용카드 회사들과 제휴를 맺지 않아 이동통신회사별로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제한이 있다. SK텔레콤과 KTF는 모두 신한카드와 제휴를 맺어 신한카드 사용자들만 모바일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LG텔레콤은 농협카드와 국민은행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모바일지갑 사용자들이 모바일 현금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T 캐쉬’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신의 모바일지갑에 충전돼 있는 금액 일부를 다른 모바일지갑에 전달해 줄 수 있는 것. KTF도 지난해부터 서울시 교통카드인 ‘T머니’로 결제할 수 있는 편의점에선 금융칩으로 물건을 사고 각종 온라인 쇼핑몰 결제도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또 자녀 용돈도 줄 수 있도록 했다.

■은행통장도 모바일지갑으로 ‘쏘∼옥’

KTF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17개 시중은행의 통장을 모두 휴대폰 금융칩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유비터치’서비스를 시작했다. 최대 100개 계좌까지 칩안에 기억시켜 놓고 원하는 은행의 ATM을 이용해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을 찾을 수 있다. 전국 3만9000여대 ATM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거리에서 만나는 ATM기계는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예전에도 휴대폰 금융칩으로 ATM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칩 하나로 1개 은행만 가능한 게 흠이었다. 자주 이용하는 은행이 2∼3개 되면 칩을 2∼3개 따로 구입하거나 1개 은행 외에는 종이통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비터치’는 시중은행 17개를 칩 하나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2월 중 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1월부터 4∼5개 은행 통장은 모바일지갑 안에 넣어놨는데 17개 전체 시중은행으로 확대되는 게 2월께라는 말이다.

모바일 통장은 ATM을 이용할 때마다 비밀번호를 눌러 확인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계좌를 도용당할 걱정도 줄일 수 있다.

■증권거래도 모바일지갑으로 하세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1초가 급하게 매매를 체결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휴대폰 금융칩을 이용하면 빠르고 쉽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각 이동통신 회사들이 증권사와 손잡고 모바일 증권통장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

주식시세 조회는 물론 증권 주문이나 투자정보 조회, 계좌이체 등 주식투자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SK증권 및 동양종합금융증권과 함께 모바일증권거래와 모바일 종합자산관리(M-CM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F는 동양종금증권, 한화증권과 제휴를 맺었고 LG텔레콤은 국민, 우리, 신한, 기업, 하나, 농협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면 모바일 증권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사원증, 학생증-해외쇼핑도 휴대폰으로 척척

사원증이나 학생증도 휴대폰 칩 하나로 해결이 된다. 이 서비스는 학교나 회사가 이동통신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이용할 수 있는데 SK텔레콤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미 숙명여대 학생들은 모바일 학생증을 갖게 됐다. 도서관에 출입할 때나 수강신청을 할 때 휴대폰만 있으면 신분증명을 할 수 있는 것. 또 삼성그룹도 올 초에 사원증으로 모바일 칩을 활용하기로 하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국여행지에서도 모바일지갑은 유용하게 쓸 수 있다. KTF는 신한카드,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해외에서도 USIM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해외에서 ‘페이패스(PayPass)’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가맹점에서 국내와 마찬가지로 휴대폰 결제용 기계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결제를 할 수 있다.

■유통업계도 ‘모바일지갑’ 준비 한창

유통업체들도 ‘모바일지갑’시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9월부터 모바일 상품권 결제서비스를 하고 있다. 휴대폰 무선인터넷으로 모바일상품권을 구입해 휴대폰에 저장해 뒀다가 물건값을 내는 것이다. 주로 친구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많이 쓰인다. 세븐 일레븐은 자사 상품권 외에 최근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의 모바일 상품권도 판매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들도 모바일 상품권 판매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7년 모바일상품권 매출이 5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50억원으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모바일 상품권 사용이 가장 활발한 유통분야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쇼핑이 가능해지면서 접속자도 늘고 상품 매출도 늘고 있다는 게 온라인쇼핑몰들의 설명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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