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기 1억배 ‘UP’
2009.02.24 22:16
수정 : 2014.11.07 09:57기사원문
국내 연구진이 빛의 세기를 1억배 증폭하는데 성공했다. 얇은 박막 연구나 태양전지 효율 향상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김대식 교수팀은 파장이 1.5㎜인 ‘테라헤르츠파(이하 테라파)’를 폭이 50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금속 구멍을 통해 통과시키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광학분야 전문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23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금속 나노 구멍을 통해 빛을 통과시키면 금속 표면의 전자들이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플라즈몬에 의해 빛의 투과 특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구멍의 폭이 파장의 10분의 1∼100분의 1 정도인 경우엔 이 같은 연구가 가능한 반면 파장이 수㎜에 이르는 테라파를 파장의 1만분의 1 크기의 나노 구멍으로 집속시키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라파는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의료 장비나 보안, 검색 장비 등 응용 사례가 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금속 표면에 만든 수십㎚ 크기의 나노 구멍이 마치 깔때기를 통해 물이 통과하는 것처럼 빛을 집속시켜 통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빛이 금속 나노 구멍을 통과할 때 금속표면에 전자들이 집단으로 진동하면서 구멍 주변에 전하들이 모인다. 이렇게 모인 전하가 만든 아주 큰 전기장은 빛을 집속시키고 투과시키는 ‘깔때기 효과’를 일으킨다.
물이 깔때기를 통과할 때는 좁아진 곳에서 물의 속도가 빨라지지만 빛의 경우에는 속도가 빨라질 수 없기 때문에 빛의 에너지밀도(세기)가 그만큼 높아진다.
김 교수는 “파장의 1만분의 1밖에 안되는 구멍을 통과할 때 빛은 세기가 원래보다 1억배나 강한 어마어마한 집속도를 갖게 된다”면서 “이런 센 빛은 비선형성 유도나 얇은 박막 연구, 플라즈몬을 이용한 태양전지 효율 향상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용어설명/테라헤르츠파=파장이 적외선과 마이크로파 사이에 속하는 초고주파로 가시광선처럼 직진하면서 전파처럼 물체를 잘 투과하는 특성이 있다. 물과 금속을 제외한 종이, 나무, 플라스틱, 심지어 시멘트까지 웬만한 물체들은 대부분 투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