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조재민 마이다스에셋 대표

      2009.03.23 17:58   수정 : 2009.03.23 17:58기사원문


“국내 펀드시장이 몸집은 커졌지만 유행펀드만 양산했다는 비판에서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펀드공화국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질적 발전은 어렵습니다. 돈이 몰린 유행펀드 상품 가운데 망가지지 않은 펀드가 어디 있습니까. 전문가로서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했던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일정부분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작지만 강한 운용사로 손꼽히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하 마이다스에셋)의 조재민 대표(사진)가 운용업계에 쓴소리를 했다.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운용업계를 지켜온 정통맨으로서 급성장한 우리 펀드 시장이 돌아봐야할 ‘원칙’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펀드, 판매게임에서 벗어나야

중국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내에서는 우후죽순으로 중국펀드가 생겼고 이는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유망하다는 전망에 따라 개별 국가 펀드는 물론 브릭스펀드(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친디아펀드(중국·인도)가 줄줄이 나왔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친디아(한국+친디아)펀드까지 탄생했다.

이런 양상은 운용사의 본업이 아니라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판매 게임이었다는게 조 대표의 따끔한 한마디였다.


그는 “선진국의 어떤 글로벌 운용사를 보더라도 자국 펀드를 제외하고는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는 거의 없다”며 “유행하는 모든 지역의 펀드를 내놓고 투자자들이 골라잡게 한 뒤 실적배당 상품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것은 전문가로서 원칙을 벗어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투자자들을 대신해 어떤 곳에 어떤 비중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판단해줘야 한다는 원칙을 감안하면 자금이 몰린다 해도 운용사와 판매사가 좀 참았어야 했다”며 “지난해 운용업계의 논란은 본질적인 루트를 벗어났기 때문에 불거졌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펀드는 아직 (1)

그는 현재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할 동력이 될 것이라 볼 만큼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성을 믿는다. 그러나 조 대표는 투자수익률 측면에서는 해외펀드보다 국내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했다.

경제상승률이 높다고 해서 주가상승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 국내 경제는 고속성장을 지속했지만 증시는 2006년까지 박스권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과거를 보면 이해가 된다.

조 대표는 “중국과 같이 고성장 국가의 기업들은 증시에서 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계속되는 물량 부담으로 경제성장률은 높아도 증시는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경우 보수적인 경영으로 증자를 할 필요가 없고 새로 기업공개(IPO)될 곳도 거의 없다는 것. 공급이 없는 시장은 경기가 회복될 경우 상승 탄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펀드는 아직(2)

투자자 입장 뿐 아니라 운용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해외펀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게 조 대표 생각이다.

중국펀드, 브릭스펀드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해외펀드가 갑자기 유행했지만 국내 운용사들의 경우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고 해외펀드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등 상당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해외 운용사에 위탁 운용할 상품을 들여와 파는 것은 운용사의 역할이 아니라 판매사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마이다스에셋에 해외펀드는 없다.

해외펀드 열풍에 마이다스에셋 역시 고민하고 외국운용사와도 접촉했지만 결국 설정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해 수익률 급락으로 시끌시끌했던 해외펀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좋은 수익률 유지가 과제

마이다스에셋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조 대표의 목표는 수탁고 몇 조원이 아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지상과제는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느냐다.

새 펀드로 시선을 끌기보다 ‘있는 펀드를 잘 운용하자’는 원칙탓에 마이다스에셋의 공모펀드는 5개뿐이다.

적극적인 운용전략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베스트트리오펀드’와 ‘액티브주식형펀드’, 배당주펀드로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편입비가 다른 ‘블루칩배당펀드’, 파생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커버드콜주식형펀드’와 ‘절대수익안정형펀드’ 등이다.

그는 “운용업만큼은 수탁고를 끌어모으겠다는 것보다 펀드의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돈을 모으기 위해 유행을 좇는 악순환이 아니라 검증된 수익률을 따라 돈이 들어오는 선순환을 위해 신뢰를 먼저 쌓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녹색성장 관련 펀드와 적극적인 자산배분 펀드를 선보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이머징 GDP>미국 GDP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1000∼1300 사이의 박스권에 머물겠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상승장으로 간다는 것.

조 대표는 “기본적으로 각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자산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아줄 것으로 본다”며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대공황과 비교하지만 미국의 부족분을 경제 규모가 더 커진 이머징 마켓이 채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지난 2007년과 같은 강력한 반등장이 재현될 것으로 보진 않았다. 그러나 내년 1·4분기쯤 거시 경제 지표들이 플러스(+)로 돌아선다면 1500 안팎까지는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다음 펀드 데이트 상대는 슈로더투신운용 전길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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