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시장 바닥쳤나/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2009.03.30 16:59
수정 : 2009.03.30 16:59기사원문
어떤 경제지표건 한없이 내려가거나 한없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국제유가다. 작년 7월 중순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을 때는 200달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한번 꺾이고 나더니 불과 4∼5개월 만에 3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50달러대로 올라왔다.
지난주 미국의 주택시장 관련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의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거래 건수는 최고치에 비해 각각 30%, 70%씩 줄어들었다. 신규 주택 착공 또한 최고치 대비 70% 이상 감소한 50만호 안팎까지 떨어졌다. 인구 4850만명인 우리나라의 한 해 주택건설이 50만호 정도인데 인구 3억명의 미국이 50만호라면 소득 수준과 주택 수급 등 다른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줄어든 수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주택지표들의 하락이 멈추면서 주택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때도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택 가격의 향방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케이스-실러 10대 도시 기준으로 2006년 6월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28.3% 떨어졌다. 2년 반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으면 그만 떨어질 때도 됐건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0∼20%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주된 근거는 고용 및 소득여건의 급속한 악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연체 증가다. 2007년 초반만 해도 4.5% 안팎을 유지하던 미국의 실업률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월에는 8.1%까지 치솟았다. 3월 8.5%에 이어 조만간 9%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과 2년 사이에 실업률이 2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해 1월 이후 사라진 일자리만 504만개에 이른다. 2월 말 현재 1247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실업자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 내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2.6%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0.2%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30년에 걸쳐 매월 분할 상환하는 구조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이 같은 고용과 소득 불안은 곧바로 연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21%를 넘어섰고 프라임모기지(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5%를 넘었다. 아무리 비우량이라지만 10건 중 2건이 연체돼 있고 특히 2%대를 벗어나지 않던 프라임모기지 연체율이 5%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대다수 미국인이 어느 정도 코너에 몰리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바람에 이미 금융과 실물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모기지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은행 부실은 대출 억제 또는 환수를 통해 기업과 개인들의 투자와 소비를 옥죄고 있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은 소득과 고용 감소로 나타나고 그 여파가 기업과 개인의 연쇄파산 또는 부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러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주택시장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내년 상반기에 가서도 그 회복세는 미약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이 같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도 미국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대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