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오류 반면교사로

      2009.04.15 18:05   수정 : 2009.04.15 18:05기사원문


(세션 1) ‘분단과 통일의 회상:역사적·경제적 관점’

논제1. 비밀경찰(동독의 첩보기관)과 북한..베른트 쉐퍼(냉전 국제역사 프로젝트 수석학자)
동독과 북한은 사회주의 통일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서로 각각 다른 통일 정책들과 전략을 지지했다. 특히 동독과 북한은 상대국을 바라보는 자신감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고 이는 통일에 대한 엇갈린 운명을 낳았다.

동독은 서독의 부분적인 개방정책으로 인해 애초에 자신들이 우월한 국가라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동독은 단일 국가라는 개념을 버리고 사회주의 국가와 제국주의 국가라는 각각 다른 독일 국가를 인정하게 됐으며 이는 통일을 사실상 가능하게 만들어 준 배경이 됐다.

동독이 서독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면서부터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전된 것이다.

반면 동독의 열등감에 비해 북한은 과도한 자신감으로 대한민국을 경쟁에서 이기려 했고 한민족의 유일한 대표국가라는 인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이 같은 동독과 북한의 자신감의 차이는 양국의 통일 정책을 엇갈리게 했다.

결국 동독과 북한은 양국의 서로 다른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통일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천명했지만 이 공통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형태와 방법들은 명백히 다르게 존재했다.


논제 2:문화적 동질성을 넘어:독일 통일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기능주의의 오류..박성조 동아대학교 석좌교수
한국 정부는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겪은 오류를 제대로 간파해 이를 통일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한국 햇볕정책의 모델이 된 1989년 독일정책은 감성적 민족주의와 기능주의에 입각한 경제협력 등 두 가지 기둥에 있었지만 이 같은 통일정책은 1990년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된 이후 일어난 현상을 보면 상당한 오류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에만 입각한 막연한 민족개념은 통일의 내적 시련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일 후 서독은 동독에 거대한 재정 투입을 하고 이 재정 투입은 2019년까지 계속될 것이며 재정 투입의 목적은 동서독 간의 경제발전의 격차를 균등화하는 것이었으나 현실적으로 동서독 간의 경제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독일이 통일정책에서 보여준 이 같은 시사점을 현 정부가 통일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진보진영 정권이 보여준 햇볕정책은 무조건적 퍼주기식 방식이 더 이상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햇볕정책의 근간이 된 독일정책의 오류를 잘 살펴 통일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세션2) 독일 통일의 사법과 정치적 전망.

논제3:독일 통일 과정과 기본 권리..콜자 나우만 교수(쾰른대학 국제법률연구소)
한국이 통일 후 사회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통일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명확히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0년이 됐지만 독일 사회는 여전히 통일 과정에서 야기된 많은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일 과정에서 해결해야 했던 헌법상의 문제와 법적 문제들이다.

한국 역시 통일 과정에서 이 같은 혼란스러운 양상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매우 유사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독일의 주요 정치적인 결정들이 지속되지 못하거나 협상 과정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들이 명확하게 보장될 수 있었다면 독일 통일 과정에서 제기된 법적 분쟁들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중요한 논쟁에서는 법적인 것 뿐만 아니라 기본권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기본권의 보장은 불필요한 많은 법규정을 줄일 수 있었고 기본권을 보다 견고하게 지키는 계기가 됐다.

논제4. 옛 동독 과거청산위원회의 기능..안나 카민스키(독일 과거청산위원회 사무총장)
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독일연방공화국의 과거청산 노력은 독재정권의 유산을 청산하려는 시도다. 과거청산 정책은 한국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는 과거를 넘어 미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억압과 범죄, 권력 남용과 편법으로 만연한 공산주의 정권의 존재 이래 독일의 재평가 과정은 근절됐지만 지난 20년간 독일의 과거 청산에 대한 수많은 노력은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독일에서는 공산주의 독재와 관련해 1989년 이래로 광범위한 토론이 있었고 첩보기관과 연관된 개인과 정권에 의해 은폐된 범죄 사건들이 속속 드러났다. 토론이 금지된 이슈와 사건들에 대해 재판했고 그중 범죄 행위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지면서 과거청산 정책이 속속 진행됐다.


앞으로 독일은 과거청산 과정에서 독일 전체의 시각 도입, 동구권 맥락에서 바라보기, 독재체제들의 비교 등 다양한 관점을 도입, 보다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거청산 정책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더 나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한 필연적인 수단이자 방법이며 한국 역시 과거청산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준비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정리=권병석기자

■사진설명=독일 통일 20주년을 맞아 파이낸셜뉴스가 동아대와 공동으로 15일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냉전 국제역사 프로젝트 수석학자인 베른트 셰퍼 박사, 사회자인 한스자이델재단 한국대표부 버나드 젤리거 박사, 토론자인 이헌경 동아대학교 국제학과 교수(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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